= '권유받은 죽음에서 삶의 의미를 찾다' 플랜 75, 드라마 SF, 일본 프랑스 필리핀 합작 영화, 결말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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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받은 죽음에서 삶의 의미를 찾다' 플랜 75, 드라마 SF, 일본 프랑스 필리핀 합작 영화, 결말과 분석

by cocoatea 2024. 11. 1.

*이 포스팅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소개

 2022년 6월 17일 개봉한 <플랜 75>는 하야카와 치에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일본, 프랑스, 필리핀의 합작 영화이며 근미래의 초고령사회 일본을 배경으로 75세 이상 노인에게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가 시행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SF영화입니다. 수상으로는 44회 요코하마 영화제에서 요시미쓰 모리타 기념 최우수 신인 감독상, 제65회 블루리본 상과 제77회 마이니치 영화상에서 최우수 감독상과 최우수 시나리오 상을, 제46회 일본 아카데미 영화상 각본상과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장편 데뷔작 상인 황금 카메라상 특별 언급 상을 받았으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국제 장편 영화 부문 일본 출품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비평가들 사이에서는 로튼 토마토의 95%의 지지율과 대체로 호의적인 평균점을 받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평으로는 "죽음과의 관계와 삶의 진정한 의미를 탐구하는 영화다", "우리의 어려운 시대에 대한 혹독한 비난에서 기대하는 힘을 갖게 되었다"는 평이 있습니다.
 <플랜 75>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옴니버스 영화 '10년' 중의 단편 'Plan 75'를 장편화한 작품으로, 묻지마 증오 범죄인 2016년 사가미하라 장애인 시설 흉기 난동 사건에서 영화의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고령 노인들이 처한 어두운 현실과 그 사회적 내부를 엿보고 궁극적인 삶의 의미를 돌이켜보게 되는 영화 <플랜 75>를 소개합니다. 

감독

하야카와 치에

 

각본

하야카와 치에, 제이슨 그레이

 

주연

가쿠타니 미치 역/ 바이쇼 치에코 (남자는 괴로워 시리즈)
오카베 히로무 역/ 이소무라 하야토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도쿄 리벤져스, 우당탕탕 경찰 음악대)
마리아 역/ 스테파니 아리안 
나리미야 요코 역/ 카와이 유미 (한 남자, AREA, 사랑인데, 썸머 필름을 타고!)
오카베 유키오 역/ 다카오 다카
이네코 역/ 오가타 히사코

 

 

2. 이야기

노인센터 총기사건

 한 청년이 청년들에게 부담이 되는 노인들을 제거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든다는 목적으로 노인센터에 침입해 총기로 노인들을 살해하고 본인도 자살한 후, 75세 이상 노인들에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는 '플랜 75'가 국회를 통과하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미치

 미치는 호텔 청소부이며 홀로 사는 노인입니다. 그녀의 동료 이네코는 이제 나이가 들어 일하기 쉽지 않습니다. 미치는 그녀를 걱정하고 챙겨줍니다.

 

히로무

 복지 일을 하는 히로무는 플랜 75 담당자입니다. 그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 휠체어를 내어주고, 플랜 75를 신청하러 온 노인에게 친절히 설명합니다. 노인에게 주는 준비금 10만엔은 자유롭게 써도 되고, 무료 합동 플랜으로 외롭지 않게 남들과 함께 매장 또는 화장될 수 있으며, 심사 과정은 따로 없습니다. 히로무는 30분 만에 결정된 노인의 플랜 75 신청을 처리합니다.

 

마리아

 마리아는 노인 돌봄센터에서 차를 대접하고 발을 닦아주고 세탁을 하며 노인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그녀는 노인센터 총기사건의 전례 때문에 입구에서 사람들을 들일 때마다 보안 검색을 행합니다. 그녀에겐 필리핀에 수술해야 하는 아픈 딸이 있습니다. 

 

노인 검진

 미치는 노인 단체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녀의 옆에서 혈압을 재던 이네코는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오는 것이 오래 살려고 용쓰는 것 같아 눈치 보인다"고 말합니다. 대기 의자에 앉아 기다리던 미치의 옆 TV에서 플랜 75의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죽을 때를 내가 정하고 어떻게 죽을지 직접 선택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서 고민 없이 바로 결정했어요." 앉아있던 노인 중 한명이 TV를 끄려고 하지만 잘 안되어 코드를 뽑아버립니다. 미치는 살짝 안도의 미소를 짓습니다.

 

외로움

 미치는 동료들과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릅니다. 동료 한명이 그들에게 리조트 호텔 같은 팸플릿을 보여주고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마지막을 보낸다는 것에 긍정하며 동료들에게 무료 견학 투어를 권합니다. "웃으면서 떠나는 것도 꽤 괜찮을 거야." 미치는 생각에 빠집니다. 
 미치는 이네코가 장을 보는 것을 도와주고 그녀의 집에 하루 머물기로 합니다. 이네코가 딸이 있어도 외롭다고 말하자, 미치는 인생은 원래 외로운 거라고 말하며 이네코의 손을 잡아줍니다.

 

팔걸이

 히로무는 벤치의 팔걸이 설치에 고민합니다. 그러나 담당자가 보여주는 팔걸이마다 불편해 보이고, 담당자는 팔걸이의 적합성을 아이들의 기준으로 설명합니다. 무료 급식소 옆에서 플랜 75 신청을 받던 히로무는 낯익은 한 노인을 발견합니다. 

 

모금

 마리아는 재일 필리핀인 모임에 나가 자신의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합니다. 모임의 책임자는 사람들에게 모금함을 돌려 그녀를 돕고, 그녀에게 급여가 높은 플랜 75 일자리를 소개합니다. 

 

삼촌

 히로무는 무료 급식소에서 봤던 사연이 있어 20년간 보지 못한 삼촌 유키오와 대면합니다. 그의 삼촌은 플랜 75를 신청하러 온 것입니다. 히로무는 신청자와 3촌의 친인척이라 직접 담당하지 못한다는 상사의 말에 다른 담당자에게 맡기겠다고 말합니다.

 

은퇴

 미치와 동료들은 젊은 직원들에게 꽃다발을 받으며 은퇴합니다. 일하던 이네코가 쓰러져 노인들이 일하는 것이 불쌍하다는 투서가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동료 한명은 꽃다발이 촌스럽다며 아들과 며느리 집에 들어가 살 건지 고민합니다. 또 한명은 큰딸에게 돈을 줄테니 손주를 봐달라고 요청받았지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미치는 가족도 없으니 새 일자리를 찾겠다고 말합니다.  "다들 언젠가는 늙을 텐데 말이야." 동료들은 투서도 회사의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아파트로 돌아간 미치는 입구에 붙은 '철거 안내문'을 봅니다. 그녀는 이네코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아 메시지를 남깁니다. 

 

잃어버린 집과 일자리

 미치는 새집을 구합니다. 다섯 군데째 돌은 미치는 78세 고령자가 일자리가 없는 상태에서 집을 구하려면 2년 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야 한다고 듣습니다. 담당자가 기초 생활 보장으로 수급자 대상이 되어 아파트를 구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묻지만 미치는 아직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합니다. 이에 담당자는 말합니다. "그럼 저희가 도와드릴 방법은 없겠네요."
미치는 인터넷을 통해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하지만 컴퓨터가 고장 난 것도 아닌데 결과가 0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알아본 곳에 가보지만 나이 때문에 거절당하고, 손주를 보는 대가로 딸에게 돈을 받는다고 했던 친구에게 자기가 맡아보겠다고 해보지만 미치가 맡을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결국 미치는 도로 안전 유도원으로 추운 밤까지 일을 하게 됩니다.

 

새 직장

 마리아는 다른 새 직원들과 플랜 75의 건물 곳곳을 돌고 설명을 들으며 그곳에 누워있는 사망한 노인들을 봅니다. 그녀는 지인에게서 아이와 함께 탈 수 있는 통근용 자전거를 구입합니다.

 

고독사

 미치가 다시 이네코에게 연락을 하지만 여전히 연결되지 않아 그녀는 이네코의 집을 찾아갑니다. 이네코의 집 현관에는 열쇠가 꽂힌 상태였으며 들어가니 고약한 냄새가 나고 집주인인 이네코는 식탁에 엎드린 채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독거노인

 히로무는 유키오의 집을 찾아갑니다. 그는 집 주변에서 쓰레기를 줍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히로무는 그의 집에서 대량의 헌혈증을 발견합니다. 유키오는 과거 전국을 돌아다니며 터널, 고속도로, 댐 등을 지었습니다. 그는 이제 계란을 추운 바깥에 보관하고 접시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히로무는 저녁을 만들면서 유키오에게 난폭했던 아버지가 죽기 전 어머니가 재혼했다는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거실 TV에선 플랜 75가 시행되면서 1조원에 경제적 파급을 불러왔으며 10년 이내로 대상 연령을 65세까지 낮출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히로무는 유키오와 저녁 식사 후 그와 헤어집니다.

 

어두운 미래

 미치는 잠들지 못하고 식탁에 앉아 고민하고 괴로워합니다. 그녀의 눈에 깊게 드리운 어둠만이 보입니다.
고민 끝에 미치는 날이 밝고 생활 지원 상담센터로 가보지만 당일 접수가 종료되고 맙니다. 미치는 한숨을 쉬고 멍하니 대기 의자에 앉아있다가 나옵니다. 그녀는 밤까지 무료 급식소 근처에 앉아있다가 히로무가 건네준 무료 급식을 받아들이고 마음을 굳힙니다. 플랜 75 전단을 받아 온 미치는 담당자 요코에게 플랜 75 신청에 감사하다는 안내 전화를 받습니다. 

 

유품

 마리아는 플랜 75 건물에서 사망자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같이 있던 노인 직원이 건네는 사망자의 시계를 보고 거절합니다. "죽은 사람은 이제 못 써. 자네가 쓰면 쓰레기가 아니지. 모두가 행복해." 노인 직원의 말에 마리아가 시계를 받아 들자, 그가 말합니다. "죽은 사람들을 기억해." 마리아는 시계를 고이 주머니에 넣습니다.

 

대화

 미치는 플랜 75 담당자 요코에게 전화로 자기의 불행했던 과거와 아기의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제한 시간 15분이 다 되자, 이야기를 마칠 수밖에 없습니다. 미치는 요코에게 한번 만나자고 부탁합니다.
미치는 과거 남편과의 추억이 있는 볼링장에서 요코와 만났습니다. 미치는 규정상 변심을 방지하기 위해 만나서는 안 되지만 나와 준 요코에게 고맙다며 용돈을 건넵니다. "난 10만엔 받았잖아요. 근데 쓸 데가 없어요. 용돈 줄 손주도 없고." 처음에 거절했던 요코는 그 말에 용돈을 받아들입니다. 미치는 요코와 남편과 마셨던 크림소다를 마시고, 요코의 권유에 볼링공을 던져봅니다. 그녀는 두 번의 시도에 스트라이크를 쳤고, 주변 사람들 모두 그녀와 함께 기뻐합니다.

 

폐기물

 히로무가 플랜 75 전단을 붙이고 있던 판넬을 누군가가 물풍선을 던져 빨갛게 더럽힙니다. 플랜 75의 화장로가 고장이 나버리고, 히로무는 거래처에 내일 화장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다시 일정을 짜야 한다는 이해를 구하는 전화를 돌립니다. "하루 이틀 늦어지는 건 괜찮지. 반대 상황이면 싫겠지만." 히로무의 상사는 아직 연락하지 않은 한 곳에 자기가 전화하겠다고 합니다. 히로무는 상사가 퇴근한 후 그 업체를 휴대전화로 검색해 봅니다. '산업 폐기물 처리 (주)랜드 필 환경 서비스' 해당 업체는 재활용할 수 있는 폐기물과 동물성 잔재물, 동물의 분뇨 및 사체를 취급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통화

 미치는 요코와 통화하며 마지막으로 기분을 내기 위해 특대 고급 초밥을 시켰다며 이야기합니다. 즐겁게 이야기하던 미치에게 어김없이 15분 경과 알림음이 들립니다. 요코는 마지막으로 전달 사항을 그녀에게 말해줍니다. "플랜 75는 고객님의 희망에 따라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만일 마음이 바뀌시면 언제든 중단할 수 있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집을 나가실 때 문을 잠그지 마세요. 나중에 담당 직원이 댁을 방문해서 최종 확인을 하고 집주인에게 반환할 겁니다." 요코의 목소리가 떨립니다. 질문 사항이 있는지 묻는 요코에게 미치는 전화 너머로 고개를 꾸벅이며 말합니다. "언제나 선생님과 대화하는 시간이 즐거웠어요. 할머니의 긴 얘기를 들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울먹이며 이제 끊겠다고 말하는 요코에게 미치는 "잘 지내요."라고 말합니다. 요코가 퇴근 후 미치에게 전화를 걸지만 받지 않습니다. 미치는 전화기를 빼고 집을 정리합니다.

 

역할 

 요코는 잘 들어가지 않는 점심을 먹으며 플랜 75 콜서비스 센터 상사가 새로운 직원들에게 가르치는 것을 엿듣습니다. 그녀는 외로운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들이 변심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간이라면 무서워지는 게 당연하죠. 좋아서 죽으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그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해요. 그런 다음에 고객님이 세상에 미련을 남기지 않고 편히 떠날 수 있게 용기를 북돋워 주세요. 그게 우리 역할입니다." 생각에 빠진 요코는 문득 카메라 정면을 쳐다봅니다.

 

마지막 길

 미치는 일어나 얼굴을 씻고, 머리를 정돈해 묶은 후 바깥 풍경을 바라봅니다. 그녀는 도중에 줄넘기하던 아이와 인사를 나눴고, 미치가 탄 버스가 터널을 통과합니다.
 히로무는 오늘따라 평소에 안 하던 늦잠을 잤다는 유키오를 차에 태웁니다. 라디오에서는 안개와 비나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가 흘러나오고, 히로무는 가는 도중에 유키오에게 식사와 술을 대접합니다. 유키오는 도중에 내려 구토합니다. 히로무가 돌아갈 건지 묻지만 그는 말없이 차에 탑니다. "네 아빠가 나한테 화 많이 냈지?" 유키오가 묻는 말에 히로무는 "보고 싶어 하셨어요."라고 대답합니다. 유키오는 히로무에게 아버지와 목소리가 닮았다고 말합니다. 히로무는 유키오의 목소리도 닮았다고 답합니다. 목적지에 도착한 히로무는 차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가는 유키오의 뒷모습을 바라봅니다.

 

삶의 의미

 플랜 75 직원의 말에 따라 약을 먹고 침대에 누운 미치는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옆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을 보고 놀라며 충격을 받습니다. 그는 그녀의 두 번째 남편 유키오였고, 이제 막 눈을 감았습니다.
 차를 돌려 플랜 75 건물에 들어온 히로무는 황급히 유키오를 찾습니다. 마스크를 뺀 채 침대에 앉아있는 미치를 보고 그 옆 침대에서 사망한 유키오를 발견한 히로무는 우연히 상황을 목격한 마리아의 도움을 받아 유키오를 운반해 자신의 차에 태웁니다. 그는 유키오를 화장시키기 위해 장례 회사에 전화하고 급히 속도를 내다가 단속에 걸립니다.
 마리아는 사망자의 유품 속에서 딸의 수술비로 쓸 수 있는 돈뭉치를 발견합니다.
 건물을 나온 미치는 한번 뒤를 돌아보고는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녀의 앞에 해가 져가는 눈부신 하늘이 펼쳐져 있습니다. "사과나무 아래에서 내일 다시 만나요... 황혼에 붉게 물든 석양이 서쪽으로 질 무렵에..." 그녀가 붉은 석양을 향해 좋아하는 노래를 나지막이 부른 후 걸어 나가면서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3. 후기

무엇이 옳은가?

 영화에서 한 청년이 노인센터에서 저지른 총기 살인 사건 이후 시행된 '플랜 75'는 '노인 스스로 결정하는 죽음의 선택'이라는 겉과 '경제적 부담이 되는 소외되고 어려운 고령 인구의 절감'이라는 속의 이중적인 양면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이 '플랜 75'를 이용해 소외된 독거노인 미치와 그 주변에서 플랜 75를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사람들, 플랜 75 관계자들의 갈등하고 고민하는 장면들로 심화한 초고령사회의 각박하고 어두운 현실을 드러내며 '무엇이 옳은 것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그 질문 끝에 주인공 미치, 히로무, 요코, 마리아는 자기가 생각하는 옳은 길을 택하고자 나아갑니다.

히로무: 히로무는 삼촌 유키오의 플랜 75 결정을 따라 도와주지만, 화장로 고장으로 사망한 노인들이 동물의 사체처럼 처리된다는 걸 알고 난 후 갈등하고, 플랜 75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미 사망한 유키오의 시신을 플랜 75에서 빼냅니다. 

● 마리아: 주변의 도움을 받는 재일 필리핀인 마리아와 쉽게 도움을 받지 못하는 고령자 미치는 얼핏 대비됩니다. 마리아는 플랜 75로 사망한 노인들의 유품에 고민하고, 죽은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으로 유품을 가지기로 합니다. 그녀는 그 덕분에 딸의 수술비를 마련할 수 있게 됩니다.

● 요코: 미치와 여러 번 대화를 한 후 마지막 대화를 나눴던 요코는 상사가 새 직원들을 가르치는 것을 엿들으며 "좋아서 죽으려는 사람은 없지만 노인들에게 죽을 용기를 북돋워 줘야 한다"는 아이러니한 자기의 역할에 갈등하고, 관객에게 과연 이게 옳은지 질문하듯 카메라를 봅니다. 그녀는 미치가 플랜 75를 중단할 수 있도록 전화를 겁니다.

● 미치: 주인공 미치는 일자리와 집과 친구를 잃고 집과 일자리를 구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주저하고 고민했던 플랜 75를 신청합니다. 그러나 죽음을 앞둔 자리에서 두 번째 남편 유키오와 조우하게 되고, 유키오가 눈을 감자 그녀는 충격을 받고 플랜 75를 중단하기로 합니다. 밖으로 나온 그녀는 자신을 위해 미래를 살기로 결정합니다. 

 

고령 사회의 문제와 대책

 

 급격히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과 우리나라는 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영화에서 나온 노인 소통 부족, 고독사, 노인 일자리와 주거 문제, 노인 빈곤 문제, 노인 복지 부담 증가, 노인의 부담을 짊어진 청년과 노인의 세대 갈등은 모두 현실적인 문제들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 '플랜 75'에 반대하는 입장이 끊임없이 존재하듯, 우리는 그 죽음의 권유와 어쩔 수 없는 선택적 죽음이 좋은 답이 아님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는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대책과 제도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 한국: 국민/기초연금, 장기 요양 보험제도, 노인 일자리 사업, 독거노인 돌봄서비스, AI와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맞춤 건강관리 서비스.
일본: 노인 고용 정책, 고령자 돌봄서비스, 간병 로봇과 돌봄 로봇, AI 기술로 원격 의료 서비스 지원.
미국: 소셜 시큐리티(사회 보장 제도)로 노인 재정지원 및 고령자 일자리 프로그램, 메디케어/메디케이드 등의 의료지원 시스템.
독일: 장기 요양 보험제도, 노인 주거 공간 개선, 기술 기반 돌봄 시스템의 도입.
■ 스웨덴: 고령자 독립 주택 마련, 재택 돌봄 서비스, 질 높은 복지 시스템.
■ 싱가포르: 노인 친화적 도시정책, 가족 중심의 돌봄 지원.
■ 프랑스: 지역 중심 돌봄 서비스, 에이지-프렌들리 커뮤니티 조성으로 노인의 지역사회 활동 장려.

 사회에는 소외된 노인처럼 소외된 청년 또한 존재합니다. 노인과 청년이 소통하며 고령화에 발맞추려는 움직임은 지금의 청년이 노인이 된 미래에도 그들을 보호할 수 있고 그들이 자립을 위해 디딜 수 있는 발판이 되며 나아가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해 볼 수 있게 합니다.

 

황혼의 석양

 모든 것을 잃고 벼랑 끝에 내몰린 미치는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던 플랜 75에서 남편이었던 유키오가 옆에서 사망하는 것을 보고 플랜 75가 답이 아님을 깨달았을지도 모릅니다. 미치가 마음을 고쳐 플랜 75에서 나와 석양을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그녀가 놓아버리려 했던 삶의 의미를 되찾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녀의 나지막한 노래는 남편에 대한 추모와 자신을 위해 자력으로 미래를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내는 듯합니다.
 '자기의 몫을 다하고 청년들에게 겪어 온 지혜를 전수하며 남은 생을 행복하게 사는 것'은 보편적인 노인의 삶의 형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삶에 정답은 없고 어떻게 살아갈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플랜 75를 선택할 의향이 없다면 여러분은 어떤 황혼을 바라보고 싶으신가요? <플랜 75>는 벼랑 끝에 몰려 죽음을 선택했던 노인이 삶의 의미를 되찾는 여정을 보여주며 공통으로 나이 들어가고 있는 우리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