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소개
2024년 6월 28일에 처음 개봉한 <룩 백 (Look Back)>은 만화 '체인소 맨'을 그린 후지모토 타츠키의 단편 '룩 백'을 원작으로 서로의 등을 바라보며 함께 만화를 그리게 된 두 소녀의 성장 이야기를 담은 청춘 드라마 애니메이션이며,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애니메이터 오시야마 키요타카가 감독, 각본, 연출,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2024년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초청작으로, 2024년 일본 박스오피스 27주 차 2주 연속 1위의 기록과 한국에서 최다 관객 수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 편을 넘고 역대 관객수 1위를 한 기록이 있습니다. 평가로는 로튼 토마토 신선도 100%와 최고점에 가까운 평점을 받았으며 원작을 잘 살린 것으로 애니메이터와 평론가 사이에서도 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오시야마 감독은 <룩 백>이 '세상의 모든 만화가와 화가,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작품'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후지노와 교모토의 목소리는 성우 경험이 없는 젊은 배우 카와다 유미와 요시다 미즈키가 맡았습니다. 우리를 다시 성장시키고 앞으로 걸어 나가게 하는 청춘의 꿈과 같은 애니메이션, <룩 백>을 소개합니다.
감독/각본/연출/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오시야마 키요타카 (감독: 플립 플래퍼즈, 원화/작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더 퍼스트 슬램덩크, 디자인: 체인소 맨, 라이징 임팩트)
원작
후지모토 타츠키 (장편: 체인소 맨, 파이어 펀치, 단편: 안녕,에리, 룩 백, 예언의 나유타)
촬영 감독
이즈미타 가즈토 (스킵과 로퍼, 헤이케모노가타리, 임금님 랭킹)
제작
스튜디오 두리안 (룩 백, SHISHIGARI),
룩백 제작위원회
주연
후지노 아유무 역/ 카와이 유미 (영화: 나미비아의 사막, 소녀는 졸업하지 않는다, 한 남자, 플랜 75)
교모토 역/ 요시다 미즈키
2. 이야기
만화 그리기와 스토리 구상을 좋아하는 후지노는 학교 신문에 재미있는 만화를 그려낼 정도로 인정받는 아이입니다. 어느 날 후지노는 선생님에게 옆 반의 등교를 거부하는 교모토라는 아이에게 만화 한 줄을 양보해달라는 말을 듣고 등교 거부하는 겁쟁이가 그릴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하지만, 다음으로 나온 학교 신문에서 교모토가 그린 수준급의 그림 실력에 경악합니다. 옆자리에 앉은 아이가 말합니다. "교모토에 비하면 네 실력은 평범해 보여."
줄곧 인정받아 왔고 자신이 최고라 여겼던 후지노는 교모토의 실력을 용납하지 못하고, 계절이 여러 번 바뀔 때까지 혼자 그림 연습에 매진합니다. 후지노의 친구는 6학년이 될 때까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그림만 그리는 후지노에게 "중학생이 되어서도 그림을 그리면 오타쿠라고 여겨지니 그림을 그만두는 게 낫다"고 말합니다. 후지노의 언니 또한 부모님이 성적이 엉망인 후지노를 걱정한다며 가라테부로 들어오라고 말하지만, 후지노는 듣지 않습니다.
다음 학교 신문을 받아 본 후지노는 전보다 더 나아진 자신의 만화 옆에 전보다 더 나아진 교모토의 그림을 보고 "그만둘래."하고 포기해 버립니다. 후지노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언니와 가라테를 배우며,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후지노는 자신이 지금까지 연습했던 스케치북들을 버리고 6학년 졸업을 맞이합니다. 그런데 졸업식 날, 후지노는 선생님으로부터 교모토에게 졸업장을 전달하도록 부탁받았고 정말 싫지만 어쩔 수 없이 교모토의 졸업장을 받아 듭니다.
교모토의 집을 찾은 후지노는 졸업장을 그냥 두고 가려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열려있는 집 안으로 들어가 누군가 없는지 살핍니다. 후지노는 어떤 방문 앞에 대량으로 쌓여있는 스케치북들을 봅니다. 그 위에 4컷 만화지를 발견한 후지노는 거기에 교모토가 히키코모리 결승에서 1위를 해 죽는 내용의 코믹 만화를 그렸고, 그것은 실수로 방문 아래 틈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놀란 후지노가 졸업장을 두고 도망쳐 나오고, 그의 뒤를 따라 교모토가 뛰쳐나옵니다.
교모토는 말을 더듬어가며 자신이 후지노의 팬임을 알리고 후지노에게 사인까지 요청합니다. 후지노는 교모토의 겉옷 등에 자신의 이름을 쓰고, 조심스레 갑자기 만화를 그만둔 이유를 묻는 교모토에게 '만화 경연 대회'에 제출할 작품을 구상하느라 그랬다고 거짓말합니다. 꼭 보고 싶다는 교모토에게 완성되면 보여주겠다고 말한 후지노는 비가오니 가야겠다며 "또 봐."라고 말하고 돌아 나옵니다. "또 봐." 교모토가 손을 흔듭니다. 후지노는 집으로 달려와 당장 만화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후지노는 이제 중학생이 되었고, 교모토 함께 만화를 그려 나갑니다. 교모토가 배경을, 후지노가 그림을 맡아 1년에 걸쳐 그려낸 '메탈 퍼레이드' 원고는 만화 제작사에서도 수상 가능성이 있다는 호평을 받습니다. 후지노와 교모토는 발간된 만화책 '점프'를 보고 '메탈 퍼레이드'가 준 입선으로 100만엔 상금을 받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고 기뻐합니다. 후지노와 교모토는 그 돈으로 통장을 만들고 시내로 놀러 가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방에서 나오길 잘했어." 사람이 무서워서 학교도 관두고 방에서 나오지 않았던 교모토는 후지노에게 즐거웠다며 말합니다. "후지노, 방에서 꺼내줘서 고마워."
두 사람은 함께 지내며 새롭고 다양한 만화들을 그려 나갑니다. 후지노가 교모토를 이끌어주고 교모토도 그에 따라가며 배경에 관해 공부합니다. 둘은 17세에 7편의 단편을 냈습니다. 만화 제작사에서 둘에게 연재를 권하고, 후지노는 기뻐하지만 교모토는 기뻐하지 못합니다. 교모토는 후지노에게 미대에 가야 해서 연재를 도울 수 없다고 말합니다. 자신과 있으면 다 잘될 거라는 후지노의 말에 교모토는 말합니다. "후지노에게 의존하지 않고 혼자 일어서고 싶어." 교모토가 대학 생활을 제대로 못 할 거라고 화를 내는 후지노에게 교모토는 노력하고 연습할 거라며 눈물을 흘립니다. "더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
후지노는 혼자서 '샤크 킥'을 연재합니다. 그녀가 그린 만화는 초반에는 들쑥날쑥했으나 점차 인기가 많아져 차트 1위를 하고 애니메이션화 결정이 납니다. 성인이 되고 회사를 꾸린 후지노는 이제 자신에게 맞는 보조(어시스턴트)를 찾는 위치가 되었지만, 마땅한 보조가 없습니다. 그러던 중 후지노는 야마가타의 미대에서 정체불명 남성의 도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들었고, 놀라서 교모토에게 전화를 겁니다. 그러나 교모토는 받지 않았고, 대신 후지노의 엄마가 전화를 걸어옵니다.
후지노의 뇌리에 과거 교모토가 했던 말이 스칩니다. "난 속도가 느리잖아. 빨리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럼 나도 실력 키울래. 후지노처럼."
후지노는 충격을 받고 휴대 전화를 떨어뜨립니다. 야마가타 미대에서 도끼부림한 남자는 자신이 인터넷에 올린 그림이 표절당했다는 이유로 집단 무차별 공격으로 12명을 살해했으며 시신을 여러 차례 훼손했다고 전해집니다. 후지노는 '샤크 킥'을 휴재하고 고향으로 갑니다.
교모토의 장례식 후, 후지노는 교모토가 두문불출하던 방 앞에 섭니다. 쌓여있는 스케치북 위에 '샤크 킥'이 표지인 점프가 올려져 있었고, 후지노는 그 책 사이에 끼어있던 과거 자신이 그린 교모토가 히키코모리 결승에서 1위를 해 죽는 내용의 4컷 만화를 발견합니다. "내 잘못이야. 내가 이걸 그려서야. 교모토가 죽은 건 나 때문이야. 내가 나오게 하지 않았다면 죽지 않았을 텐데." 후지노가 찢은 4컷 만화 조각 중 하나가 교모토의 방문 밑으로 들어갑니다.
[방문 밑으로 들어 온 4컷 만화의 조각 중 하나('나오지 마'라며 응원하는 부분)를 본 교모토는 아무도 보지 못하고 그림 연습을 계속했고, 배경화를 더 열심히 그리고자 미대로 들어가 공부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쉬고 있던 교모토에게 도끼를 든 괴한이 "내 작품 표절한 거 봤지?"라며 다가와서는 도끼를 내리칩니다. 피하는 교모토에게 다시 도끼를 휘두르려던 남자를 후지노가 달려와 킥을 날립니다. 다리를 다친 후지노가 실려 가기 전, 교모토는 답례하고 싶다며 후지노의 전화번호를 받습니다. 교모토는 후지노의 이름을 보고 놀라며 학교 신문에 4컷 만화를 그린 그 후지노가 맞는지 확인합니다. "저 선생님 4컷 만화의 팬이었어요." 교모토가 왜 만화를 그만뒀는지 묻자, 후지노는 "최근 다시 그리기 시작했어요. 연재하게 되면 내 조수로 일할래요?"라고 말합니다. 실려 가는 후지노를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간 교모토는 4컷 만화를 그렸고, 그것은 방문 밑을 통해 밖으로 나갑니다.]
교모토의 방 앞에 웅크리고 앉아있던 후지노는 교모토가 그린 4컷 만화를 발견합니다. 도끼 괴한이 교모토를 죽이려 하고 그 괴한을 후지노가 해치우고 가지만, 그 후지노의 등에 도끼가 박혀있습니다. 만화의 제목은 '등을 봐'입니다. 후지노는 교모토의 방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방에는 '샤크 킥' 포스터가 붙어있고 책장에는 '샤크 킥' 만화가 늘어서 있으며, 책상 위에는 독자 편지 종이가 놓여져 있습니다. 후지노가 돌아본 방문에는 '후지노 아유무'라고 후지노가 등 쪽에 사인했던 교모토의 겉옷이 걸려있습니다.
"애초에 전 만화 그리는 거 싫어해요. 재미없고 지루한 데다가 쿨하지도 않잖아요. 종일 그려도 끝이 안 보이고요. 그리지 말고 읽기나 하는 게 낫죠." "그러면 후지노는 왜 그리는데?"
후지노와 교모토가 함께 그리며 즐겁게 보냈던 시간, 교모토의 웃는 모습이 후지노의 머릿속을 지나칩니다. 후지노는 교모토의 방에 있던 자신의 '샤크 킥'을 보며 눈물을 흘립니다.
후지노는 작업실로 돌아와 교모토의 4컷 만화 '등을 봐'를 창문에 붙여놓고 '샤크 킥' 연재 작업을 이어갑니다. 아침에서 밤으로 저물어가는 창문 앞에서 계속 작업을 하는 후지노의 등이 보입니다. 완전한 밤이 되고 후지노가 어두운 사무실을 나가는 모습이 창에 비쳤다가 사라집니다.
3. 후기
도끼부림 괴한
<룩 백>에 나오는 도끼부림 괴한은 일본의 교토 애니메이션 1 스튜디오 방화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아오바 신지라는 정신 이상에 가까운 남자가 자기 소설을 표절한 애니메이션 회차를 냈다는 이유로 교토 애니메이션 사옥과 직원들에게 휘발유 등을 뿌려 불을 지른 사건으로, 애니메이션 유명 감독과 유명 애니메이터, 유망했던 젊은 만화가들을 포함해 36명이 목숨을 잃고 35명이 상처를 입는 등 일본 방화 사건 중 역대 최다 사망자를 낸 사건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룩 백>은 교토 애니메이션 1 스튜디오의 안타까운 희생자들에게 바치는 헌정 작품으로, 후지노와 교모토처럼 순수하게 꿈을쫒았던 이들의 희생을 세상에 알리고 희생자와 그의 가족, 생존자와 남은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교모토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어른인 후지노가 과거 자신이 그린 4컷 만화를 찢고 나서 한 조각이 교모토의 방으로 들어가고 초등학생의 교모토가 그 만화 조각을 본다', '교모토가 방을 나왔을 때 후지노는 없었고 그대로 성장해 미대에 들어간 교모토가 괴한에게 공격당하고 괴한에게 킥을 날려 자신을 구해준 후지노를 만났다 헤어진다'라는 만화 같고도 마법같은 연출은 교모토의 4컷 만화 '등을 봐'를 바탕으로 후지노가 후회한 '후지노가 교모토를 나오게 하지 않았을 경우'를 만든 이야기입니다. 이는 교모토가 살해당한 것이 후지노가 교모토를 나오게 한 탓이 아님을 보여주며, '남은 이'가 가진 후회를 부드럽게 부정해 주는 대목입니다.
Look Back
애니메이션의 제목 'Look Back'은 '등을 보다' 혹은 '뒤를 돌아본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교모토의 4컷 만화 제목이기도 한 'Look Back'은 교모토가 목표를 위해 앞만 보고 직진하는 후지노에게 가끔은 뒤를 돌아보라고 해주는 말이며, 그를 통해 후지노는 교모토의 방에 처음으로 들어가 죽기 전까지 후지노의 팬이었던 교모토의 진심과 마주하게 합니다. 교모토의 겉옷 등에 과거 후지노가 쓴 사인을 힌트로, 후지노는 과거 자신이 교모토의 등을 쫒아 그리기를 시작한 것처럼 자신의 등 뒤엔 항상 교모토가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아린 감동
<룩 백>은 58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풍부한 영상미를 담고 있으며 영상에 포함된 서정적인 음악은 두 사람의 감정과 상황을 잘 자아내고 살려줍니다. 후지노가 교모토와 함께 만화를 그리고 꿈꾸며 보냈던 과거를 떠올리는 장면들과 점점 커지는 음악은 교모토의 슬픔처럼 심장에 와닿는 아린 감동을 주며, 작업실로 돌아온 후지노가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고 아침이 밤이 되어 작업실을 나가 사라질 때까지의 장면과 나카무라 하루카가 작곡한 소녀의 노래 urara의 'Light Song' 또한 후지노와 교모토, 슬픔을 가진 관객들을 모두 위로해 주는 듯한 긴 여운을 남깁니다.
다시 걸어 나가다
<룩 백>은 결말에 다다라 주인공 후지노가 교모토의 장례식에서 돌아와 다시 만화를 그려 나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것이 후지노의 꿈이자 교모토의 꿈이었기 때문입니다. 후지노가 교모토와 함께하고 꿈꾸었던 기억과 교모토의 등을 잊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사건에서 살아남은 이들과 유족들도 희생자들과 그들의 꿈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룩 백>은 희생자들의 추모와 남겨진 이들을 위한 위로, 꿈에 대한 감정들을 관객에게 영상미와 재미, 음악의 감동으로서 이야기해 주는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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