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모 없는 아이의 마음' 연소일기, 드라마, 홍콩 영화, 이야기의 결말과 진짜 어른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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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없는 아이의 마음' 연소일기, 드라마, 홍콩 영화, 이야기의 결말과 진짜 어른에 대해서

by cocoatea 2025. 3. 4.

*이 포스팅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소개

 2023년 11월 16일 처음 개봉된 <연소일기 (Time Still Turns the Pages)> 는 닉 척이 두 번째로 감독, 각본, 편집을 맡은 데뷔작으로, 어느 중학교에서 발견된 유서와 옛 일기장을 통해 과거를 되돌아 보고 학생의 죽음을 막으려 하는 한 교사의 성찰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섬세하면서도 큰 울림이 있는 영화의 영상미와 전개는 관객이 감정을 더욱 집중하도록 만들고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대사와 연기, 그리고 음악은 관객의 마음에 스며들어 가슴이 저린 감동을 줍니다.
 <연소일기>는 24년 2월 총수익 2,700만 홍콩 달러를 넘으며 23년 홍콩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익을 올렸으며, 현대 홍콩에 대한 가슴 아픈 반향을 일으킴과 동시에 민감한 주제인 아동 학대와 트라우마의 순환을 능숙하게 탐구했다는 호평과 함께 평균 이상의 높은 평점을 받고 있습니다.
 24년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된 바 있으며 수상으로는 23년 제60회 골든 호스 어워드에서 관객 선정상을, 제30회 홍콩 영화 비평가 협회상에서 공로 영화상을 받았습니다.
 감독이자 각본가인 척은 홍콩의 교육이라는 주제로 2015년 홍콩에서 일어난 학생 자살 사건을 탐구했으며 그가 실제로 경험한 대학 친구의 죽음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써 내려갔습니다.
 '시간은 여전히 페이지를 넘긴다'라는 영화의 또 다른 제목처럼 변함없이 흘러가는 시간 안에서 그대로 잊히지 않은 일기장으로 남은 아이와 그 아픔을 안고 자란 어른의 이야기 <연소일기>를 소개합니다. 

 

감독/각본

닉 척 (파라독스, 익사할 때까지 기다리며...)

 

제작

데릭 이

 

편집

키스 찬
닉 척

 

주연

청 야우춘 역/ 시우예 로 (마이 프린스 에드워드, 숙숙, 파가라)
청 야우춘 아역/ 커티스 호, 유키 타이
청 야우킷 역/ 시안 웡
청 치헝 역/ 로널드 청 (내 시체 위로, 칠리 러프 스토리, 늑대의 집, 언더커버 듀엣) 
청 하이디 역/ 로사 마리아 벨라스코 (마지막 춤, 위기 협상가, 아니타, 77 하트 브레이크스)
셰리 램(쉐얼) 역/ 한나 찬 (내 시체 위로, 멀리멀리, 림보, G 어페어스)
빈센트 역/ 헤닉 초우 (당신을 위한 마지막 노래, 작사가 지망생, 버스팅 포인트, 대낮에)
왕가이 역/ 사브리나 응 (작사가 지망생)

 

 

 

2. 이야기

소년은 옥상으로 걸어 올라가 난간에서 밑으로 뛰어내립니다.
난간 밑에 선 소년은 하늘에 대고 외칩니다. "청야우킷! 이 쓰레기 같은 자식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명심해! 넌 꼭 홍콩대에 들어가야 해! '꼭'이야!" 소년의 외침은 소년 자신을 향해있습니다. 소년은 조금 후련한 표정을 짓습니다.

친구

 청은 잠에서 깨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킵니다. 꿈을 꾼 것 같습니다. 그는 학교로 향합니다.
교내 계단에서 다른 학생을 밀어버린 빈센트에게 청은 선생님한테 말하거나 친구들하고 얘기하지 않고 왜 폭력을 썼는지 물으며 혼을 냅니다. "친구를 그렇게 밀어버리면 어떻게 하니? 반 고흐? 친구들이 너를 그렇게 부른다면서? 선생님도 그렇게 부를게. 선생님을 친구처럼 여겨도 좋아." "걔들은 제 친구가 아니에요. 선생님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저는 빈센트예요." 청은 빈센트에게 친구를 다치게 한 걸 후회한다는 내용을 담은 사과 편지를 써오면 교장 선생님께 잘 말씀드리겠다고 말하지만, 빈센트는 엄마가 홍콩에 안 계시니 집에 연락해도 소용없다며 그냥 벌점을 받겠다고 말합니다. 청은 반장에게 빈센트를 교장실로 데려가라고 지시합니다.
 청의 휴대전화에는 하마 인형을 가지러 오겠다는 아내가 이혼 서류에 사인을 했냐고 묻는 문자가 와 있었고 그는 휴대전화를 내팽개칩니다.

 

버려진 유서

 늦은 오후, 학교 청소부가 청 선생의 반 쓰레기통에서 찢어진 종이를 발견합니다. 종이에는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다'라고 쓰여있었습니다. 
 다음 날, 교장실에서는 선생들이 모여 청소부가 발견한 유서에 대해 의논합니다. 당시 학생들이 모두 하교한 상태였고 누가 버렸는지 확인이 어려웠습니다. 교감이 말합니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학생이 누구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어요. 헬레나 선생한테 상담받게 해야죠. 요새 애들은 가르치기 힘들어요. 정신력도 약하고 툭하면 죽겠다는 말이나 하고." 다른 선생이 말합니다. "다른 애들도 따라 할까 봐 그게 제일 걱정이에요."
 청은 유서를 보며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라 금방 잊힐 거야'라고 쓰여있던 과거의 일기를 떠올립니다. 선생들은 대입 시험을 앞두고 학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이 일을 비밀로 하기로 했고 헬레나 선생이 먼저 외부로 알려지기 전에 이 글을 적은 학생부터 찾아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냅니다. 누군지 알기 전까지 선생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었습니다. 그러자 교감이 말합니다. "누구나 이런 격동의 시기를 겪잖아요. 어릴 때 이런 생각 안 해본 사람도 있나요? 전 염세주의에 빠져 살았었어요."

교감이 청에게서 종이를 뺏어 듭니다. "그냥 인터넷에서 보고 베껴 쓴 거면 좋겠네요. 사실 글은 잘 썼어요. 우리 우등반 애들도 이 정도로는 못 쓸 거 같은데." 그는 자기들이 걱정하는 만큼 심각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고도 말했고, 이에 청은 울컥합니다. "심각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고요? 이게 인터넷에서 보고 베껴 쓴 거일 수도 있다고요? 이게 장난 같나요? 장난이 아니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 청은 대입 시험까지 이 아이가 버티지 못하고 정말 옥상에서 뛰어내리면 어쩔 거냐고 소리치며 학생이 죽을 거라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며 교감을 비난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청의 상상이었습니다. 뭔가 다른 의견이 있는지 묻는 교감에게 청은 믿음직한 학생에게 도움을 구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다

 청은 자습하는 반 학생들을 감독하며 그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핍니다. 주변을 살피는 여학생이 있습니다. [오늘 반 친구들을 한 명씩 자세히 살펴봤다. 미련이 남는 친구는 한 명도 없었지만 내가 사라질 거라고 알리고 싶었을 뿐이다. 날 탓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눈을 내리깐 여학생이 있습니다. [전 남친한테도 말한 적은 없었지만, 난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이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연애할 땐 조금 나았다. 그 잠깐은 죽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런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다른 생각을 하는 듯한 여학생이 있습니다. [한두 번쯤 대화를 나눠봤던 친구들은 며칠 동안 내 생각에 마음이 아플지도 모른다. 선생님들도 일주일 정도는 날 생각할 수도 있다.] 책에 무언가를 적는 여학생이 있습니다. [엄마도 몇 년 동안은 나 때문에 힘들지도 모른다. 그래도 엄마 곁에는 아빠가 있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 믿는다.] 청이 학생들 사이를 지나갑니다. [어떤 사람들은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견디며 계속 살아간다고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턱을 괴고 주변을 보는 여학생이 있습니다. [미래가 좋아질지 아닐지는 관심 없다. 그냥 사는 게 너무 지칠 뿐이다.] 피곤해 보이는 여학생이 있습니다. [잠도 잘 수 없고 죽음을 생각하는 것도 정말 지친다.] 턱을 괴고 책을 보는 여학생이 있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언젠가는 변질되기 마련이다.] 책에 무언가를 적는 여학생이 있습니다. [결국에는 서로를 향한 비난과 상처만 남을 뿐이다.] 책을 넘기는 여학생이 있습니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고 빠르게 잊힐 것이다. 그러는 게 서로를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청은 반장을 불러옵니다. 반장은 여학생처럼 쓰여있어도 유서의 주인이 남학생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고, 헬레나 선생은 그녀에게 발견된 유서를 보여주었습니다.

 

노력과 쓰레기

 집으로 돌아온 청은 일기의 필체와 학생들의 필체를 대조해 보다가 집에서 과거의 물건들을 꺼내 봅니다. 아내의 하마 인형이 나오고, 오래된 책가방이 나옵니다. 그는 책가방 안에서 역시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 읽어봅니다. 
 [안녕, 일기장아? 나는 청야우킷이야. 너의 새 주인이기도 하지. 오늘부터 매일 일기를 쓰기로 했어. 어제 엄마 아빠랑 동생 연주를 보러 갔었거든.] 
 야우킷의 동생 야우춘은 상위권의 성적과 수준급의 피아노 실력을 갖추고 있었고 엄마와 아빠는 그를 자랑스러워했습니다. 동생의 연주가 끝나고 동문회 회장이자 변호사인 아버지 청치헝이 무대 위에서 한마디 했습니다. "성공은 운이 아니라 노력에서 오는 겁니다. 저도 어렸을 적 가난했지만, 부잣집 애들보다 훨씬 더 많이 노력했어요. 기회는 노력하는 자에게 돌아가는 법입니다. 노력하는 사람이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실패합니다." 아버지가 연설에 박수받고 야우킷의 엄마 하이디는 모금에 십만 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박수를 받았습니다. 야우킷의 부모는 야우춘을 영재로 만들기 위해 교장에게 비법을 물었고, 교장은 자기 아들은 일기를 쓰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대화를 듣고 있던 야우킷은 엄마에게 물 한 컵을 가져다드렸습니다. 차 안에서 아버지는 야우킷에게 물은 컵이 아니라 글래스라고 말해야 한다고 정정했습니다. "잘 모르면 입이라도 닫고 있어야지, 쓰레기 같은 자식." 

 

만화책과 일기장

 밤, 야우킷은 만화 '해적 이야기'를 읽으며 위안받았습니다. '언젠가는 네가 바라던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을 거야!'

그러던 중, 야우킷은 시끄러운 소리에 방을 나섭니다. 아빠가 자기 돈을 엄마 이름으로 십만 달러를 기부한 것에 대해 엄마를 질책하고 있었습니다. "당신 수작을 모를 것 같아? 나보다 돋보이고 싶어서 기회만 엿보고 있잖아." 엄마는 아이가 내민 종이에 서명한 것뿐이었습니다. "나를 못 믿는 사람이랑 더할 얘기 없어요." 아빠가 엄마의 뺨을 때렸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잘났어? 똑똑히 기억해! 이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은 다 내 돈으로 산 거야!" 아빠는 그나마 한 놈은 똑똑하게 낳아놨으니 망정이지 하나 더 낳았으면 또 멍청한 놈을 낳았을 거라며 엄마를 비난했습니다. 야우킷은 방으로 돌아와 이불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야우킷을 알아챈 아빠가 왜 안 자냐며 방으로 들어왔고 야우킷의 만화책을 던지고 책으로 그를 때렸습니다. "이딴 거나 보고 있어? 그래, 실컷 봐!" 야우킷은 찢어진 만화책들을 버렸습니다. '힘내!'라고 쓰여있는 만화 조각이 쓰레기통에 떨어졌습니다. 
 다음 날, 야우킷은 문방구에서 일기장을 구입했습니다.

[뚱뚱한 교장이 말했어. 일기를 쓰면 자기 아들처럼 똑똑해져서 홍콩대에도 갈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오늘부터 매일 일기를 쓸 거야. 그러면 성적도 점점 좋아지고 아빠도 날 때리지 않을 거야.]
 밤, 야우킷은 손 인형을 움직이며 인형의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야우킷, 힘내! 언젠가는 네가 바라던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을 거야! 열심히 일기를 쓰다 보면 동생보다도 똑똑해지고 나중에는 아빠보다도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 야우킷은 그런 인형에게 네가 맨날 방해해서 공부도 못했다고 조용히 하라고 했고, 위층 침대의 야우춘은 형이나 조용히 하라고 말했습니다. 야우춘에게는 침대 밑 괴물이 야우킷이었습니다.

 

유급과 체벌

 다음 날, 야우킷은 가정부 리나와 함께 아침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식탁에서 야우춘의 사립학교 전학 얘기를 했습니다. 야우킷도 가고 싶다고 말했지만, 아빠에게서 지금 학교에서 받아준 것만으로 감사하라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아빠, 엄마. 제가 약속할게요. 이번 시험에서 열심히 해서 10등 안에 들게요. 제가 진짜로 해내면요?" 그러자 아빠는 더 열심히 해서 그것보다 더 잘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엄마의 압력으로 "반에서 15등 안에 들면 네 동생이랑 용돈을 똑같이 맞춰주고 둘 다 미국 디즈니랜드에 데리고 가줄게."라고 말했습니다. 엄마는 야우춘에게 형이 열심히 공부할 수 있게 도우라고 말했고 형이 시험 못 보면 너도 못 간다는 아빠의 말에 야우춘은 그럼 못 가는 거라며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선생님을 보러 갔을 때 야우킷의 성적은 반에서 29등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야우킷에게 평소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묻자, 풀이 죽은 야우킷은 "죄송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는지 재차 묻는 엄마에게 그는 "아니요."라고 답했습니다. 선생님은 야우킷에게 유급이라고 말했지만, 야우킷은 부모님에게 말하지 않았고 뒤늦게 사실을 안 엄마는 차 안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런 엄마의 옆에서 야우킷은 계속 죄송하다고 사과했습니다. 
 집에 돌아온 야우킷은 거실에서 동생과 아빠, 그리고 사립학교 선생님이 서로 담소를 나누고 있는 것을 봤습니다. 엄마는 세 사람과 이야기할 게 있다며 리나에게 야우킷과 밖에서 식사하라고 했습니다. 야우킷은 음식점에서 밥도 먹지 않고 공부했습니다. 
 그날 밤, 유급 사실을 안 아빠는 다시 를 들었고 야우킷은 맞으면서 아빠에게서 도망쳤지만 금방 잡혔습니다. "때리지 마세요, 아빠. 잘못했어요." 야우춘의 공부를 봐주던 엄마는 야우킷을 때리는 아빠를 말리지 않았습니다.

 

피아노와 선생님

 피아노 선생님 앞에서 아빠는 야우킷에게 그가 친 피아노 녹음 소리를 들려주며 혼냈습니다. "야우춘과 네 차이점을 좀 알겠어? 알아, 몰라?" "알아요." 선생님은 그런 아빠에게 이 곡은 어른한테도 어려운 곡이라며 아빠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밝혔지만, 아빠는 동생은 잘만 한다며 선생님의 말을 자르고 야우킷에게 다음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볼 거라고 으름장을 놓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선생님은 야우킷을 위로했지만, 야우킷은 아빠와 같은 말을 하며 자신도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학생들이 숙제를 늦게 내거나 피아노를 못 쳐도 저는 혼내지 않고 물어볼 거예요. 너 혹시 무슨 일 있었니? 속상한 일이 있던 건 아니지? 이렇게요." 피아노 선생님은 자기는 학교 선생님은 아니지만 야우킷이 분명히 좋은 선생님이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줄도 알고 혼내기만 하는 선생님도 아니니까. 그러면 학생들도 야우킷의 말을 잘 들을 거야. 네가 그만큼 학생들을 생각해 줄 테니까." 선생님과 야우킷은 다시 한번 연습했습니다. 

[난 천 선생님이 좋아. 아직 피아노를 잘 치지는 못하지만, 선생님이 지금처럼 옆에서 응원해 주시면 언젠가 나도 한 곡 전체를 다 칠 수 있게 될 거야. 그리고 천 선생님처럼 좋은 선생님이 될 수도 있을 거야.]

 

자해 자국과 반 고흐

 청이 반 여학생들에게 주변에 괴로워하는 친구가 없었는지 묻고 있는 사이 빈센트는 다른 학생들에게 폭행당합니다. 청은 반 남학생에게도 주변에 괴로워하는 학생이 없는지 물었고 반장은 멀리서 그걸 지켜봅니다. 
 그렇지만 빈센트는 폭력에 격렬하게 대항했고, 싸움 현장을 발견한 청이 빈센트를 잡아 말립니다. 그를 진정시킨 청은 자기도 학교 다닐 때 맨날 싸우고 다녀서 4년 동안 전학을 세 번이나 다녔다고 밝힙니다. "당연히 화가 날 수 있지. 하지만 반 고흐. 유쾌하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제대로 대처하는 방법도 배워야 할 필요가 있어. 무슨 뜻인지 알지?" 그러나 빈센트는 선생님 이혼하신 거 전교생이 다 안다며 선생님 인생이나 먼저 잘 챙기라고 말합니다. "그 반지는 왜 아직도 끼고 다녀요?" 빈센트는 자리를 뜹니다. 
 청이 아내와 문자를 주고받고 있을 때, 그는 체육 시간에 홀로 교복 차림으로 앉아있는 반장을 발견합니다. 헬레나와 청은 반장을 불러 그녀가 1년간이나 체육 시간에서 빠진 이유를 묻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다른 친구들 얘기는 많이 했는데 정작 네 얘기는 못 들었네?" 반장은 무슨 생각하는지 안다며 두 사람에게 깨끗한 손목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헬레나는 반장의 옷소매를 올려 안쪽의 여러 번 자해한 자국을 찾아냅니다. 
 헬레나와 청은 반장을 산으로 데려가 집에서 할 수 없는 말이 있으면 여기서 맘껏 소리 지르라고 권합니다. 청이 먼저 크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헬레나는 거절하며 주저했지만, 반장이 움직이지 않자 서툴게나마 나서서 크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자 반장이 나서서 소리를 지릅니다. 세 사람은 그곳에서 맘껏 소리를 질렀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반장은 팔의 상처는 옛날의 것이며 쓰레기통의 유서가 자신의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하지만 두 분이랑 함께한 시간은 즐거웠어요. 저는 그냥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청이 반 고흐가 유서를 쓴 것인가 의심하자, 반장은 그렇게 부르지 말라며 별명의 뜻을 알려줍니다. 빈센트에게는 난청이 있었고 그것이 놀림감이었기 때문입니다. 청은 이제 이해합니다. 밤이 되고 돌아갈 때가 되자, 반장은 헬레나와 청을 안아주었습니다.

 

주저함

"오늘 상대할 괴물은 제법 크군. 하지만 두렵지 않아!" 집으로 돌아간 청은 히어로 애니메이션을 보며 아내 쉐얼을 떠올립니다. 쉐얼은 성우였고 그는 그런 그녀를 사랑했습니다.
침대에 꺼내 두었던 쉐얼의 하마 인형을 보다가 잠 못 들고 거실로 나온 그는 결혼식 영상을 되돌려 봅니다. 그녀와 함께했던 순간. 그녀가 임신했던 순간. 하지만 배 속에 아이가 생기자, 청은 그녀에게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주저했고 그가 좋은 아빠가 될 거라 믿었던 쉐얼은 결혼반지를 두고 그를 떠났습니다. 
청은 일기장에 쉐얼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합니다. 자기 반 학생의 유서와 그로 인해 떠올렸던 과거의 기억에 대한 내용입니다.  

 

우울증과 눈물

 야우킷은 그 이후로 밤에도 만화책을 읽는 대신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야우킷은 그가 좋아하던 '해적 이야기'의 만화가가 주차장 옥상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학교 시험에서 야우킷은 구토해 버렸고, 학교로 찾아온 엄마는 애는 괜찮다며 바로 재시험을 바랐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야우킷은 엄마에게 밤에 잠을 못 자 학교에서 너무 피곤하다고 말했지만, 엄마는 그건 착각이며 네가 집중을 안 한 것뿐이라고 답했습니다. 밤에 5시간밖에 자지 못한 야우킷은 신경 정신과에 가보자고 얘기했지만, 엄마는 거기는 미친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며 듣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에도 잠 못 이루던 야우킷은 '해적 이야기'를 꺼내 읽었습니다.
[나는 우울할 때마다 해적 이야기를 읽어. 해적 이야기에 이런 말이 나오거든. 언젠간 어른이 될 거고 내가 원하던 모습의 어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포기하지 말라고. 이 만화책을 읽으면 다시 기분이 좋아져. 근데 이제는 해적 이야기의 신간을 볼 수 없게 됐어. 만화가 아저씨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왜 옥상에서 뛰어내렸을까? 그 아저씨도 원하던 모습의 어른이 되지 않았던 걸까?]
 다음 날 야우킷은 학교에서 졸았고 선생님께 유급한 주제에 조냐며 혼났습니다. 야우킷은 반 구석에 서 있으라는 벌을 받았고 친구들의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그 후 야우킷은 엄마와의 약속이라는 강요 아래 좋아하던 손 인형을 버려야만 했고 아빠는 천 선생님을 자르고 조카 사이먼을 데려왔습니다. 사이먼의 엄격한 피아노 교육에 야우킷은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천 선생님이랑 할래요, 천 선생님..." 
[다 내 탓이야. 내가 피아노만 잘 쳤어도 아빠가 천 선생님을 해고하지 않았을 테니까. 선생님이 보고 싶어. 그리고 무서워. 다시는 선생님을 볼 수 없을까 봐.]

 

아버지와 어른들

 일기를 읽던 청은 아버지가 쓰러졌고 아들을 보고 싶어 한다는 문자를 받고 병원으로 달려갑니다. 비서인 조이가 슈마이를 잔뜩 사 왔고 아버지를 간병했습니다. 청은 십대 시절 아버지와 음식점에서 슈마이를 먹던 과거를 떠올립니다. 그때 아버지는 그에게 학교에서 사고 좀 그만치라고 말하며 차를 잘못 가져온 직원을 혼냈습니다. 청은 아버지가 위독한지 물었고, 괜찮다는 아버지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조이가 좀 더 있다가라고 했지만, 청은 가서 할 일이 있다고 답하고 병실을 나옵니다. 그때 조이가 따라와 아버지 상태가 위중할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전달하고 청을 위해 슈마이를 사 온 거라고 설명합니다.

"팔팔하신데요, 뭐. 괜찮으실 거예요." "평소엔 안 저러세요." "무슨 일이 생겨도 비서님이 옆에 계시잖아요. 죄송해요. 정말 할 일이 있어요." 청은 또 오겠다며 병원을 나섭니다. 버스에서 내린 청은 휴대 전화로 17세 고등학생이 변사체로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발견합니다. '사망한 학생은 유명한 명문고 학생으로 밝혀졌다.' 기사의 댓글에는 막말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요즘 애들은 정신력이 문제야.' '동정할 가치도 없어. 죽기 전에 가족 생각이나 해보지.' 청은 흥분해 댓글을 올립니다. "누구는 우울증에 걸리고 싶어서 걸리는 줄 알아? 벼랑 끝에 몰려서 죽을 만큼 힘든 사람이 다른 사람 기분까지 생각해야 해? 너무 가혹한 거 아냐?" 속이 상한 청은 가게 앞에서 담배를 피웁니다.

 

옥상

 밤에 혼자 숙제하다가 막힌 야우킷은 숙제를 도와주면 기지에 데려가 주겠다며 동생을 깨웠습니다. 다음 날, 야우킷은 동생의 용돈으로 게임기를 산 뒤 함께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둘은 옥상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놀았습니다. 야우킷이 "난 쓰레기 같은 놈이에요!"라고 외치자, 야우춘은 "저는 공부하는 게 너무 싫어요!"라고 외쳤습니다. 야우킷이 공부 잘하는데 왜냐고 묻자 야우춘은 잘한다고 해서 꼭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그때 경비아저씨가 올라왔습니다.
 그날 밤, 엄마는 야우킷이 동생을 데리고 저녁때까지 옥상에서 논 일에 대해 매우 화났습니다. 엄마는 동생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쩔 뻔했냐며 소리치고, 게임기는 훔쳤냐며 야우킷의 뺨을 때리며 왜 우리 가족을 괴롭히냐고 혼냈습니다. 형이 혼나는 걸 숨어서 지켜보던 야우춘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엄마는 너에겐 할 만큼 다했다고 아빠와 이혼하면 다 네 탓이라며 울었고 이번에도 진급 못 하면 어떻게 되냐는 야우킷의 물음에 엄마는 엄마라고 부르지도 말라고 말했습니다.
 야우킷은 숙제를 끝내고 스스로 매를 들고 아빠 방으로 갔습니다. "죄송합니다." 야우킷이 매를 내밀자, 아빠는 이럴 줄 알았으면 '남보다 뛰어나다'라는 뜻인 야우킷의 이름을 동생과 바꿔 지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냥 조금이라도 더 쓸모 있는 사람이 되라는 거잖아." "죄송합니다." 아빠는 양육법으로는 두들겨 패는 게 유일하게 옳은 방법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이제는 야우킷을 포기한 듯 말했습니다. "저도 야우춘이랑 같이 열심히 공부해서 꼭 15등 안에 들게요." "네가 알아서 해. 더는 때리지 않을 테니까. 때리는 것도 에너지 낭비야." 
[좋은 소식이 있어. 아빠가 이제 나를 때리지 않으시겠대. 나쁜 소식도 있어. 두 분 모두 나한테 화가 많이 나셨거든. 언젠가 내가 이 집을 떠나게 되면 엄마랑 아빠는 이혼하실 일도 없을 거야. 야우춘이랑 셋이 가족으로 산다면 항상 행복하시겠지.]
 야우킷은 동생을 깨웠고, 비몽사몽하며 엄마와 미국에 갈 때 형 장난감도 사 오겠다고 말하는 동생을 일으키고 끌어안았습니다.
[해적 이야기에서는 항상 힘을 내라고 했어. 근데 내 생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는 것 같아. 나는 진급 못 했어. 피아노도 잘 못치고. 커서 선생님이 된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어? 야우춘처럼 뛰어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 사실 나도 알고 있었어. 어른이 된다고 해도 원하는 사람이 되지 못할 거라는 걸.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라 내가 세상을 떠나도 사람들은 금방 나를 잊을 거야.]
 다음 날 아침, 야우킷은 그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난간을 넘었습니다. 
[안녕, 일기야. 정말 미안해.]

 

야우춘의 편지

 청은 일기를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날 그때, 그의 형 야우킷은 죽고 말았던 것입니다. 어린 야우춘은 형의 일기장을 껴안고 형의 침대에서 울었습니다. 해적 이야기 주인공이 '힘내!'라고 말하는 그림이 그려진 야우킷의 학교 책상, 야우킷이 치던 피아노, 야우킷이 숙제하던 방의 책상은 이제 비었습니다. 집에 경찰들이 찾아왔고, 그의 부모님은 조사받았습니다. 야우춘은 그런 부모님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다음에는 꼭 형도 데리고 여행 가요."

[쉐얼, 나한테는 한 살 많은 형이 하나 있었어. 형은 열 살에 우리를 떠났어. 난 공부에만 신경 쓰느라 형이랑 많이 놀지도 못 했어. 그래서 기억도 많이 없지만 하나 기억나는 건 형이 좋은 선생님이 되길 원했어. 천 선생님처럼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했었거든. 장례식장에서 천 선생님을 보고 생각했었어. 속상해하고 죄책감을 느낄 사람은 천 선생님이 아니라고. 형한테 천 선생님은 가장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그때부터 생각했어. 나도 어쩌면 천 선생님처럼 다른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때부터 나는 아빠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어. 아빠가 좋아하는 변호사나 의사가 되는 건 더 이상 나한테 중요한 일이 아니었거든. 한동안은 형이 곁에 있는 것 같았어. 잠이 안 올 때는 형이 쓴 일기를 읽었어. 형이 무슨 생각을 하며 지냈는지 상상해 보면서. 언제부턴가 부모님은 형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어. 그렇게 하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봐.] 
리나가 야우킷의 물건을 정리해 버리자, 야우춘은 형의 만화책과 일기장을 가방에 숨겼습니다. 
[형이 말했던 것처럼 사람들은 아주 빨리 형을 잊었어. 나도 그랬어. 나는 형의 일기장을 몰래 챙겨놨지만, 다시 들춰 보지는 않았어. 왜냐하면 사실 나도 다 잊고 싶었거든. 아버지는 사람들한테 형이 병으로 죽었다고 말했어. 형이 자살했다고 말하는 건 우리가 형한테 잘못했다는 걸 시인하는 거였으니까.] 하이디는 마지막으로 야우춘을 꼭 안고는 집을 떠났습니다. 거실 테이블 위에 결혼반지가 덩그러니 있는 걸 본 아빠는 소리 지르며 물건들을 부쉈습니다. 
[엄마는 떠나면서 어떤 말도 남기지 않으셨어.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고 가시기를 간절하게 바랐는데. 네 식구가 함께 앉아 아침을 먹고 모두 같이 여행을 갔는데 결국 그 집에 남겨진 사람은 나 혼자인 것 같았어.]

 

야우춘은 고등학교에서 쉐얼의 오빠를 만났고 친구들이 잘해줬지만, 한 번도 평생 친구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모두 언젠가 자기 곁을 떠날 거라고 생각했고 쉐얼을 만나기 전까지 평생 혼자 지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집에 간 야우춘은 하마 인형의 목소리를 내는 쉐얼을 보며 손 인형 목소리를 내던 형을 떠올렸고, 형에게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오토바이를 타고 여자애들을 만날 기회가 없다는 것에 슬퍼졌습니다. 그리고 쉐얼과 마주한 그는 문득 인생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지만, 나는 아무 문제도 없이 행복하게 컸다고 너한테 말한 적 있었지? 그때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모르겠어.]
 야우춘은 쉐얼이 이민으로 떠날 때 그녀에게서 "잘해주지만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쉐얼이 그에게 말했습니다. "언젠가 마음의 준비가 되면 나한테 모두 얘기해 줘."
다시 홍콩으로 돌아온 쉐얼과 야우춘은 시간이 지난 후 연락이 닿았고 연이 이어졌습니다.

 

속마음

 편지를 쓰던 야우춘은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문자를 받고 병원으로 달려갑니다. 손에는 슈마이를 들고 병실로 들어간 야우춘은 아버지의 손을 잡았고, 아버지는 야우킷의 피아노 연주가 녹음된 녹음기를 가리킵니다. 녹음기는 너무 낡아 제대로 재생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 카세트테이프를 몇 번이나 고쳐 달라고 하셨는지 몰라요. 근데 너무 많이 돌려 들어서 그런지 이제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옆에서 조이가 말합니다. 그녀가 입사했을 때는 녹음기가 작동했는데, 아이가 아버지에게 들려주기 위해 '아빠 제가 쳐볼게요. 저 이제 한 곡 다 칠 수 있어요.'라고 말하며 엄청나게 버벅대면서 계속 치더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청 선생님께서는 끝까지 들으셨어요. 그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 우는 모습을 봤어요. 청 선생님께서 아드님을 많이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야우춘은 자기에게 알려준 조이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아침이 되고, 아버지는 컥컥거리며 호흡기를 뺐습니다. "괜찮으세요?" 야우춘이 아버지를 일으키고 자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습니다. "아버지 마음에 짐이 있다면 제가 해결할 순 없어도 함께 나누어 질 수 있잖아요." "너, 너, 너는... 야우킷이 기억나니? 난 이제 그 아이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 나한테 계속 죄송하다고 했던 것만 기억이 나." 아버지가 소리 내 울었고 야우춘도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제 꿈에 형이 자주 나와요. 그리고 제가 물어봐요. 시험 잘 봤어? 요새 일은 어때? 요새 애들 말은 잘 들어?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형한테 하고 싶은 얘기도 너무 많고요. 미안하다는 말도 꼭 하고 싶어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했는데. 더 오래 나를 안도록 놔둬야 했는데."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야우춘은 쉐얼과 재회합니다. 쉐얼은 그에게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는지 묻습니다. 그리고 떠나려던 쉐얼에게 야우춘은 야우킷의 일기장을 건넵니다. 일로 돌아간 쉐얼은 그 일기장에 쓰인 글을 읽습니다. 
[형이 떠난 후부터 계속 아버지를 미워했어. 형을 끝내 절망으로 몰고 간 건 아버지의 폭력이 아니라 아무도 형의 가족이 되어주지 않아서라는 걸 잘 알면서도 나는 동생이라는 게 모범생인 척만 할 줄 알았지 한 번도 형을 도우려 한 적이 없었어. 사실 나도 속으로는 형을 무시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다 크고 나서도 진짜 어른이 되지 못했어. 좋은 선생님도 되지 못했고. 남편으로서도 자격이 없었지. 결혼했는데도 숨기는 게 있는 것 같다고 네가 말했었지. 그때는 차마 다 말할 수 없었어. 널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걸 고백하는 것 같았거든. 온전한 가족이 어떤 모습인지 알지 못하는 내가 어떻게 좋은 아빠가 될 수 있겠어?]
쉐얼은 눈물을 훔치며 일을 계속했고, 쉐얼이 일을 끝내고 나오자, 야우춘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선생님의 연락처

 야우춘은 마지막으로 반 학생들에게 옆 학교에서 발견되었다는 유서 이야기와 자신의 불행했던 과거 이야기,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밝히며 자신의 연락처를 알려줍니다. "나는 너희 담임이야. 너희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이지. 선생님 말고 친구도 되어줄 수 있어. 얘기를 나눌 사람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야우춘은 반을 나서는 학생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이별 인사를 합니다. 그는 반장을 왕가이, 빈센트를 빈센트라고 불러주었습니다. 
 야우춘이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그의 휴대전화에는 얘기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학생의 문자가 와 있었습니다. 그는 학교로 가서 그 남학생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진심으로 그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야우춘은 아주 오랜만에 형과 놀던 그 옥상에 올라갔습니다. 그의 손에는 형을 위한 하얀 국화가 들려 있습니다. 야우춘은 그곳에서 여전히 소년인 형 야우킷을 만났습니다.

 

 

 

3. 후기

영화가 보여주는 것

 영화는 부모의 차별과 강요, 학대로 궁지에 몰리고 우울증을 앓게 되어 스스로 숨을 져버리게 된 아이 야우킷과 야우킷이 죽음에 이르게 된 잔인한 과정 그리고 그로 인해 남겨진 가족들이 어떻게 살아가게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주인공 야우춘은 유서를 쓴 반 학생을 어떻게 찾고 막을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과거 자살한 형을 떠올리고 형이 쓴 일기장을 통해 형 야우킷이 죽기 전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아갑니다.
 야우킷의 죽음으로 아내 하이디가 어딘가로 떠나고 가정이 깨지고 난 후 홀로 남겨진 아버지 청치헝은 나이가 들어 아들 야우킷의 흔적을 안고 후회하며 죽음을 맞습니다.
 야우춘은 그런 아버지의 속마음을 알게 되고 아버지의 죽음 후 자기 자신을 되돌아봤으며 그 속마음을 아내인 쉐얼에게 고백하며 바라는 어른이 되지 못한 자신의 부족함과 과거의 잘못을 인정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선 학생을 돕는 걸 멈추지 않습니다. 야우춘이 과거에 머문 형 야우킷과 마주하고 진짜 어른이 되어가며 영화는 결말을 맺습니다.

 

슬픈 반전

 영화는 한 가지 슬픈 반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초반에 야우킷이 난간 밑에 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외치는 장면을 보여주고 주인공인 청 선생의 성명을 확실히 나타내지 않아 관객으로 하여금 '청이 청야우킷이며 과거를 딛고 훌륭한 선생님이 되었다'고 믿게 했지만, 그것에 반하는 야우킷의 죽음을 보여준 후로 청이 야우킷의 동생 야우춘이었음을 밝히며 그의 형 야우킷의 죽음을 더욱 놀랍고 안타깝게 하여 관객의 충격과 눈물을 자아냈습니다.

 

청소년 자살문제

 홍콩에서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15세부터 24세의 학생이 자살한 사건이 70건 이상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이 수치로 '성적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관념이 일반적인 홍콩에서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학업과 성적에 대한 무거운 심리적 압박과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이 1위인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2000년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초등학생이 자살.
2011년 학교 폭력으로 인해 중학생과 초등학생이 자살.
2015년 가정불화로 인해 초등학생이 자살.
2018년 입시 경쟁 스트레스로 인해 고등학생이 자살.

2024년 SNS 내 따돌림으로 청소년이 자살.

한국 청소년의 자살은 현재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10세 이하 아이들의 자살은 드물지만 10세에서 19세 사이 아이들의 자살이 연 300명 이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통계적으로 남학생의 자살이 높게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특히 한국의 청소년들이 학업, 스트레스, 학교 폭력, 가정불화 등으로 많은 정신적 문제와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처럼 어떤 어른은 요즘 아이들의 정신력이 약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원인이 대부분 어렸을 적 아이를 둘러싼 환경과 사회에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아이들에게는 진심으로 같은 편이 되고 그들을 이해하며 지켜봐 주는 어른과 그들을 괴로움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는 세심한 제도가 필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제도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청소년 자살률이 내려가지 않는 현실은 안타깝다고 밖에 말할 수가 없습니다.

 

진짜 어른이란?

 사람과 사람이 아무리 가까워도 그 마음을 다 알기란 불가능하다지만 한 아이의 아픔을 찾아내고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이는 결국에 어른들이 아이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아이가 그 아픔을 알아채기 어렵게 숨기고 있거나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에서 야우춘이 되지 못했다고 말한 진짜 어른이란, 어른이라는 위치를 이용만 하는 사람이 아닌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잘 이해하고 마음을 열어 자신의 과거와도 같은 아이의 마음을 살피고 보살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영화 속 야우킷의 피아노 선생님이었던 천 선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다면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하는 것이 이 영화를 본 모든 관객의 바람이겠지만, 유일하게 그녀는 야우킷의 선생님이 되고 싶은 꿈을 응원했고 야우킷의 아버지에 의해 해고된 이후 야우킷을 지키지 못했던 것에 대해 아이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며 후회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진짜 어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야우춘과 같이 마음 한구석에 아픔을 가진 채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은 더 많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아픔을 계속 숨기고 외면한 채 살아가기도 하고 자신의 아픔과 마주하고 극복하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바라던 어른은 되지 못하더라도 야우춘이 깨달았던 것과 같이 마음을 열고 아픔을 공유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고 과거의 나와 비슷한 아이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주변에 이렇게 힘들어하는 아이가 있다면 유심히 살펴봐 주시기를 바랍니다

1. 지속적인 슬픔, 우울감, 무기력감, 절망감을 호소하며 삶에 대한 흥미를 잃는 모습을 보입니다.
2. 평소와 달리 감정 변화가 심해지고 불안, 초조, 분노 등의 감정을 드러냅니다.
3. 자신을 무가치하게 여기거나 죄책감, 수치심을 느끼는 등 자존감이 급격히 낮아집니다.
4. 죽음이나 자살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거나, 관련된 글이나 그림에 관심을 보입니다.
5. 불면증이나 과다 수면, 식욕 부진이나 과식 등 수면 패턴이나 식습관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6. 친구나 가족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리며 사회 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려 합니다.
7. 집중력 저하, 무기력감 등으로 인해 학업 성적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학교에 가는 것을 거부합니다.
8. 자해, 과도한 음주, 약물 남용 등 자신을 해치는 행동을 보입니다.
9. 주변 사람들에게 아끼던 물건을 나눠주거나 유서와 유사한 글을 쓰는 등 죽음을 준비하는 듯한 행동을 보입니다.
10. "죽고 싶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 등 직접적으로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합니다.
11. "어떻게 해도 안 될 것 같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등 절망적인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12. 주변 사람들에게 "그동안 고마웠다", "미안했다" 등 작별 인사를 하는 듯한 말을 합니다.
13. 지속적인 피로감, 두통, 소화 불량 등 신체적인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14. 평소와 달리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거나 위생 관리에 소홀해집니다.

 * 이러한 징후가 하나라도 나타난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 청소년의 경우, 감정 표현이 서툴거나 숨기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주변 사람들의 세심한 관찰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 자살 징후를 보이는 청소년에게는 비난이나 충고보다는 따뜻한 공감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 청소년 상담 전화: 1388
 *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 생명의 전화: 1588-9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