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소개
2024년 11월에 처음 개봉된 <리얼 페인>은 폴란드와 미국 합작 영화로, 제시 아이젠버그가 작가 겸 감독을 맡은 두 번째 장편 코미디 드라마 영화입니다. 사촌지간인 벤지와 데이비드가 그들의 도리 할머니를 기리기 위한 유대인 역사 투어를 여행하며 고통과 마주하는 내용을 슬프고 불편하며 따뜻하고 코믹하게 담고 있습니다. 300만 달러의 제작비로 현재 2월 기준 총 18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로튼토마토에서 96%의 신선도와 거의 모든 플랫폼에서 평균 이상의 높은 평점을 받고 있습니다. 선데이 타임스의 에드 포튼은 <리얼 페인>이 "암울함과 따뜻함, 비통함과 무례함 사이에서 완벽하게 균형을 이뤘다"고 평했습니다.
2024년 선댄스 영화제에 이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두 번째로 초청 상영되었으며 아카데미 시상식에 후보로서 두 번 올랐고 제40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왈도 솔트 각본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리얼 페인>은 미국 영화 연구소(AFI)와 뉴욕 영화 애호가 비영리 조직인 전국 영화 검토 위원회에서 선정한 2024년 최고의 영화 10선에 올랐습니다.
폴란드 혈통을 지닌 아이젠버그는 처음에 벤지 역을 맡고 싶어 했지만 연출을 하면서 미친 연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프로듀서의 제안에 어렵게 컬킨을 벤지로 캐스팅했습니다. 그는 각본을 쓸 때 불안과 우울증과 같은 어려움을 겪는 두 명의 현대인 사촌을 2차 세계대전의 공포라는 배경에 놓고 현대 일상의 도전과 조상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지 고민했습니다. 사촌 형제의 우정과 진심이 감동으로 와 닿는 <리얼 페인>을 소개합니다.
감독/각본
제시 아이젠버그 (와일드 인디언, 비바리움, 내 앞의 모든 뉴욕)
제작
엠마 스톤
제시 아이젠버그
데이브 맥커리
알리허팅
제니퍼 셈러
에바 푸슈친스카
주연
데이비드 캐플란 역/ 제시 아이젠버그 (좀비랜드: 더블 탭, 저스티스 리그, 나우 유 씨 미2, 카페 소사이어티,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아메리칸 울트라)
벤지 캐플란 역/ 키에란 컬킨 (석세션, 노 서든 무브, 나 홀로 집에, 나 홀로 집에 2)
제임스 역/ 윌 샤프 (루이스 와인의 전기적 삶, 가장 어두운 우주, 블랙 폰드, 바퀴벌레)
마샤 역/ 제니퍼 그레이 (모탈 컴뱃 레전드: 케이지 매치, 달콤씁쓸한 심포니, 언투게더, 당신의 눈 속에서)
일로지 역/ 커트 에지아완 (사자, 나는 유명했었다, 친구를 죽여라,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 팬, 스카이폴)
다이앤 역/ 리사 사도비 (스위니 토드: 함대 거리의 악마 이발사, 프라임 서스펙트 3)
마크 역/ 다니엘 오레스케스 (아베, 다가오는 장미, 불확실성, 잭슨 애비뉴에서, 제로 데이)
2. 이야기
반갑다
벤지는 공항에서 멍하니 앉아 있습니다. 한편, 데이비드는 집을 나서며 벤지에게 공항에 3시간 전에 가야 한다며 음성 메시지 하나, 택시를 탄 뒤 밀린다며 음성 메시지 하나, 길이 뚫리자 걱정 안 해도 된다며 음성 메시지 하나, 곧 도착할 것 같다며 음성 메시지 하나, 공항에 도착하자 도착했다며 음성 메시지 하나를 남깁니다. 데이비드가 체크인 기계 앞에 섰을 때, 뒤에서 벤지가 나타나 그를 놀라게 합니다. "악!" "반갑다, 사촌!" 데이비드는 놀랐지만 벤지를 끌어안습니다. 벤지는 데이비드를 한 바퀴 돌게 하고는 그가 부티 나고 좋아 보인다고 말합니다. 데이비드의 걱정과 다르게 벤지는 출발 3시간 전에 이미 공항에 와 놀고 있었고 체크인도 이미 한 뒤였으며 허기도 채운 뒤였습니다. "공항에 또라이들 완전 많아." 뭔가 먹어야겠다는 데이비드에게 벤지가 자기 주머니에 있던 미지근한 요거트를 건넵니다. 데이비드는 체크인 후 도착해서 피울 마약에 대해 대놓고 얘기하며 유대인 둘이 대마초 피웠다고 잡아가는 건 속 좁은 짓이라는 벤지에게 폴란드가 마약에 관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용히 말하라고 합니다. 그때 벤지는 크게 말합니다. "마리화나!" 데이비드는 미지근한 요거트를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어떻게 지냈냐
데이비드는 긴장한 듯 서둘러 검색대를 거쳐 나옵니다. 한편 벤지는 수색대 여성 보안요원과 웃으며 훈훈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검색대를 거쳐 나온 벤지는 여성 보안요원의 아버지 직업이 뉴욕 닉스 경호원이라는 것까지 알고 있었습니다.
탑승 전 대기 의자에서 브라질너트를 먹고 있던 데이비드는 벤지의 시선에 브라질너트를 건네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며 묻습니다. 벤지는 솔직하게 "더럽게 잘 지냈다"고 답합니다.
데이비드가 여행 일정을 확인하자며 자신의 일정을 벤지에게 주고, 벤지는 편하게 먹으라며 브라질너트를 다시 데이비드에게 줍니다. 할머니가 살았던 고향에 가는 게 좋지 않냐는 데이비드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벤지는 데이비드의 일정을 봐도 모르겠다며 다시 돌려줍니다. "가이드를 따라야지."
무슨 일 하냐
벤지와 데이비드는 비행기에 탑승했고 벤지의 의도대로 벤지는 창가, 데이비드가 가운데 자리에 앉았습니다. 가운데 자리 느낌이 어떠냐는 벤지의 말에 데이비드가 비좁다고 말하자 벤지는 웃습니다. 데이비드가 "아직도 구직 중이냐?"고 묻고, 벤지는 "넌 여행 내내 일해야 하냐?"고 묻습니다. 물론 데이비드는 여행을 위해 일정을 비워뒀습니다. 아직도 인터넷에서 뭘 파느냐는 벤지의 물음에 데이비드는 자신이 하는 일은 광고 배너와 같은 '디지털 광고 영업'이라고 정정해 줍니다. 하지만 벤지는 광고 배너는 싫다며 누구나 싫어하잖느냐며 말해놓고 데이비드에겐 잘못이 없다며 즉시 포장합니다. "거지 같은 사회제도의 일부일 뿐이야." 데이비드는 온라인 광고가 없다면 무료 사이트가 대부분 폐쇄될 거라고 반박합니다. 이에 벤지는 승무원의 안전벨트 설명에 집중해야 한다며 데이비드의 말을 끊어버립니다.
가족과 지인은 안녕하냐
밤이 되고, 잠든 벤지의 옆에서 잠들지 못하던 데이비드는 아들 에이븐의 영상을 보며 위로받고 약 한 알을 먹습니다. 벤지는 비행기가 착륙한 뒤에도 잠든 채였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린 벤지가 아직도 피곤해하는 것을 보고 데이비드가 괜찮냐고 묻자, 잘 모르겠다고 답한 벤지는 자신이 예약한 택시 기사를 만나자 다시 활기를 되찾습니다.
벤지는 택시 안에서 벌써 집 생각이 나 에이븐의 영상을 보고 있던 데이비드에게 봐도 되냐며 물었고, 벤지는 유명 건물의 층수를 정확히 말하는 에이븐의 영상을 반복해서 보며 웃었습니다.
바르샤바 호텔에 도착한 데이비드는 카운터 직원에게 자기들이 누구고 역사 투어를 신청했다고 말하며 여권을 건넸고, 벤지는 직원에게서 이미 오래전에 와 있던 (이발소를 하는 지인 토드가 보낸) 마약이 든 소포를 받아 듭니다. 데이비드는 놀라며 벤지가 대마초를 가지고 비행기에 탄 줄 알고 긴장했었다고 말하자, 벤지는 몰랐다며 놀랍니다. "넌 항상 긴장하잖아."
5층 호텔 방으로 향하던 벤지는 데이비드에게 헤드록을 겁니다. "너랑 와서 진짜 좋다, 인마!" "나도."
칭찬 좀 한다
방에 돌아온 데이비드는 샤워하겠다며 양말을 벗습니다. 그러자 벤지가 왠지 데이비드의 맨발이 더 멋져졌으며 품격 있다고 칭찬합니다. 자기 발을 한 번도 유심히 본 적 없던 데이비드는 그냥 웃습니다. 벤지는 데이비드의 발이 마트에서 산 핑크 플라스틱 샌들을 신던 할머니 발을 닮았다고 말합니다. "가끔 널 보면 할머니가 보여." "유대인 할머니가 보여?" "아니, 지혜로운 사람이 보여. 왠지 몰라도 아름다워." 데이비드는 고맙다고 답합니다.
벤지는 먼저 샤워하러 가겠다며 샤워하면서 노래를 틀기 위해 데이비드의 휴대 전화를 빌려 갑니다. 데이비드는 벤지가 노래를 틀며 샤워하는 동안 침대에 누워 자기 발을 유심히 보고 있었습니다.
자기소개합시다
호텔 방을 나온 두 사람은 로비에서 기다리던 영국인 가이드 제임스를 만나 중년 여성과 남성, 노년 부부로 거의 유대인으로 이뤄진 투어 그룹과 합류합니다. 제임스는 자기소개를 먼저 하고 다음으로 소개할 사람을 찾았습니다. 그중 마샤라는 브루클린 출신 중년 여성이 먼저 입을 엽니다. 결혼해서 LA에서 20년을 살았지만 이혼한 후 다시 돌아와 일과가 브런치뿐인 인생을 살고 있으며 강제 수용소 생존자인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왔다고 말합니다. 다음으로 다이앤과 마크 부부가 입을 엽니다. 다이앤은 자기들이 지루한 사람들이며 얼마 전 은퇴해 셰이커 하이츠에 살고 있고 일명 '메이플라워 유대인'이라는 남편 마크의 고향이 이곳 루블린이라고 말합니다. 다음으로 유대인 태생은 아닌 남성 일로지가 입을 엽니다. 그는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태어났으며 10여년 전 유대교로 개종했고 집단 학살의 생존자라고 말합니다. "돌았네!"라고 말한 벤지가 '젠장! 어떡해! 맙소사!' 같은 좋은 뜻이며 원래 타지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설명한 뒤 옆에 있던 데이비드가 사과하자, 일로지는 오히려 조국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감사하며 벤지와 악수합니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살아남아 어머니가 평생 모은 돈을 안주머니에 바느질해서 숨긴 채 위니펙으로 가서 유대인과 만나고 나서야 마음이 평안해졌다고 말합니다. 그가 유대인에 대해 배우고 여러분처럼 좋은 유대인들과 만나며 옳은 결정을 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하자, 그룹에 있던 모든 유대인은 감동했습니다.
그리고 하필 그다음 순서는 벤지와 데이비드였습니다. 데이비드가 먼저 입을 엽니다. "저랑 데이비드는 사촌이고, 우린 3주 차이로 태어났어요. 신기하죠? 누가 형인지 맞히는 분께 1즈워티 드릴게요. 저예요! 아빠가 형제지간인데 우리도 친형제 같은 사이지? 완전 껌딱지였어요. 샴쌍둥이 저리 가라였죠." "그런 말 하지 마." 소그룹 사람들은 웃습니다. "저희 도리 할머니가 폴란드에서 오셨는데 그래서 어렸을 적부터 할머니가 살던 나라와 살던 집을 보고 싶었죠." "그래서 저희는 하루 일찍 헤어질 거예요. 벤지가 그 동네를 보고 싶대요. 할머니와 각별했거든요." "겁나 멋진 분이었잖아.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줄곧 우울하게 지냈어요. 그 뒤로 영... 죄송해요,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분이었는데." 축 처진 벤지에게 제임스가 위로하듯 말합니다. "소중한 분을 기리기 위해 오신 거니까 잘하셨어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그때, 데이비드가 추가 설명을 하려고 합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폴란드에 가라고 여행 경비를 남겨주셨어요." 거기에 벤지가 다시 끼어듭니다. "근데 데이비드가 바쁘신 양반이라 맨날 시간이 없어요. 스트레스 쩌는 일을 해서요. 망할 광고 배너를 판다나." "왜 그래?" "그래도 제가 최근 힘들어하는 걸 알고 만사 제쳐두고 와줬어요. 덕분에... 이렇게 좋으신 분들과 실버 투어를 하네요." 벤지의 말에 마샤와 다이앤이 너무하다며 웃습니다.
아픔에 관한 여행입니다
제임스는 나치에 맞서 싸운 유대인 영웅들을 기리기 위한 게토 봉기 기념비에서 항상 투어를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틀 뒤 강제 수용소에 방문하기 전 깨야 할 편견으로 유대인 영웅들이 순순히 끌려가지 않았다는 점을 듭니다. "경고의 말씀을 드릴게요. 이것은 아픔에 관한 여행입니다. 아픔, 고통, 상실을 외면해선 안 되지만 동시에 한 민족을 기념하는 여행임을 명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보다도 강인한 민족을요."
이제 그들은 제임스를 따라 이곳저곳을 둘러봅니다. 벤지가 여태 스스로를 미국인이라고 정의하고 살았는데 다른 편에서는 자신들이 턱수염을 길게 기르고 여자와 악수도 못 하는 폴란드인이라는 게 신기하다고 말하고, 데이비드도 정통적인 폴란드인을 보면 때론 신의 은총도 축복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벤지는 안 듣고 있었는지 못 알아들었고, 혼자 있는 마샤를 발견한 그는 그녀의 눈동자 너머 깊은 슬픔을 느꼈다며 그녀에게 말을 걸러 갑니다. 데이비드는 그녀와 친하지 않았고 그 슬픔까지는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벤지가 사람들과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을 때, 데이비드는 혼자 따로 구경을 즐깁니다. 레스토랑에서 데이비드는 벤지가 사람들과 앉을 거라 생각했지만 벤지는 데이비드의 맞은편에 앉았고 둘은 마샤가 어땠는지 이야기합니다. 벤지의 말에 따르면 5월에 예상치 못하게 남편이 그녀를 떠났고 대런이란 새 애인도 생겼지만, 그는 쓰레기 같았습니다. 어떻게 쓰레기 같냐는 데이비드의 물음에 벤지는 뒷담화하기 싫다며 말을 끝냅니다. 스프맛이 이상하다는 데이비드와 달리, 벤지는 스프가 맛있다며 잘 퍼먹었습니다.
사진을 찍읍시다
제임스는 다음으로 폴란드와 동맹국이었던 러시아의 소극적인 대응이 더욱 잔혹했다고 설명하며 열렬히 싸우는 군인 동상을 사진으로 찍기를 권유합니다. 벤지는 동상 앞에서 유대 군인 포즈를 취하며 함께 할 사람을 찾습니다. 일로지가 데이비드에게 휴대전화를 맡기고 의무병을, 마크는 장군을, 마샤 또한 군인을, 다이앤도 포즈를 취하러 갑니다. 제임스마저 전투기기 되어 포즈를 잡고, 데이비드는 떠맡은 5개의 휴대전화에 모두 그들의 사진을 담습니다.
그땐 그랬지
호텔로 돌아온 벤지는 욕실로 데이비드를 부릅니다. "같이 와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어. 일 빼고 애 두고 오는 게 쉽지 않았겠지만, 난 이 여행이 절실했거든." 데이비드는 네가 행복해서 나도 기쁘다며 정말 잘됐다고 답합니다. "네가 최근 몇 달간 워낙 괴로워해서..." "네가 단체활동 어려워하고 사람들 사귀고 어울리는 거 불편해하는 거 알아." "내가 그래?" "응. 그런데도 날 위해 용기 내서 와주다니 대단해." "고맙다." "대마나 피우자."
그러나 호텔 방 창문은 못 열게끔 되어 있었고, 벤지는 24시간 동안 깨어있어 씻고 자고자 하는 데이비드를 끌고 꼭대기 층으로 향합니다. 경보가 울릴지도 모르는 옥상으로 향하는 문을 앞둔 데이비드는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며 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고, 벤지는 돌아가는 척하다가 뛰어가 문을 열어버립니다. 두 사람은 소리 내 웃으며 옥상으로 올라가 대마를 피웁니다. 벤지가 말합니다. "넌 정말 멋진 놈인데 한 박자 늦게 움직이는 따분한 몸에 갇혔어. 안에 있는 놈을 끄집어내야 하는데. 만날 때마다 그 생각을 해." "고마워. 아마도." 벤지와 데이비드는 과거 둘이 함께 밤새 뉴욕을 거닐던 것을 생각합니다. 벤지는 동틀 때까지 버텼고, 데이비드는 차이나타운 벤치에서 곯아떨어졌습니다. "너 좀 찐따였잖아."
두 사람은 불편한 표정으로 호텔 방으로 내려옵니다. 둘은 잠들지 못하고 호텔 광고를 보며 술을 마시거나 과자를 먹었습니다. 벤지는 내내 신경 쓰인 듯, 데이비드에게 "찐따라고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합니다. "괜찮아. 맨날 먼저 잠들어서 미안." 벤지는 데이비드가 잠들었어도 놀아줬어도 괜찮았다고 답합니다.
괜찮아
알람을 듣고 일찍 일어난 데이비드는 샤워하고 아내와 통화를 한 뒤 한 시간 뒤에 기차를 타야 한다며 벤지를 깨웁니다. 뒤늦게 투어 그룹에 합류한 두 사람은 기차의 일등석에 탑니다. 그러나 벤지만이 매우 불편해 보입니다. 결국 그는 모두에게 말합니다. "다들 못 느끼는 거예요? 왕족 행세하는 게 소름 돋지 않냐고요. 이 모순을 나만 느껴요? 고급 요리를 먹으며 일등석에 앉아 있는데 80년 전이었으면 꼬리 칸에 가축처럼 우르르 갇혔겠죠." 마샤는 벤지에게 그런 암울한 얘기는 모두가 불편해할 거라고 말합니다. 제임스가 입을 엽니다. "이런 경우가 있긴 해요. 호화로운 호텔에 묵고 고급스러운 요리를 먹으면서 조상들이 겪은 공포를 되새기고 계신 거잖아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고 심지어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죠." 마크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며 왜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지 묻습니다. 벤지가 다시 끼어듭니다. "흥청망청 특권을 실컷 누리잖아요. 타인의 아픔을 철저히 외면한 채 살아가죠. 누군 엿같은 열차로 강제로 이송당하고 대가리가 깨졌는데." 마크는 나더러 어쩌라는 거냐며 벤지에게 묻습니다. "인정하라고요! 느끼려고 해봐요." "왜 이래?" 데이비드가 느낀 대로 말하는 게 왜 필요하냐며 끼어들자 벤지는 감성이 풍부하고 불안했던 데이비드의 과거를 폭로하면서 "데이비드와 여러분은 다들 대단하다"며 꼬리칸으로 가버립니다. 마크가 묻습니다. "거기에 가면 아픔이 있나 보죠?" 데이비드는 사과하며 벤지에게 음식을 줘야겠다며 자신도 꼬리 칸으로 갑니다. 데이비드가 옆에 앉자, 벤지는 꽁한 듯한 말투로 말합니다. "사람이 맨날 행복하기만 해선 안 되는 거야." 데이비드가 옆에서 말해줍니다. "괜찮아." 잠시 후, 데이비드는 깊이 잠이 듭니다.
그만큼 고생했잖아
기차가 정차하자, 놀라서 깨어난 데이비드는 벤지를 데리고 서둘러 내립니다. 그러나 그곳은 크라니스크라는 역이었고 아무리 봐도 두 사람은 잘못 내렸습니다. 벤지는 루블린 역이 한참이나 지났지만 데이비드가 곤히 자길래 깨우지 않았다고 밝혔고 이에 데이비드가 펄쩍 뜁니다. "이런 미친! 투어 그룹을 놓쳤잖아! 뭐가 우선인지 판단이 안 되냐? 그렇게 안 되냐고?" 벤지는 데이비드가 이상하게 코 골며 자면서 사람들이 비웃었지만, 자신만은 비웃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내 사촌 데이비드가 안 부끄러우니까. 차이나타운 벤치에 쓰러져 자면서도 곁에 있어 주던 애를 어떻게 깨워." "좋아. 이제 어쩌면 돼?" 벤지는 직원 눈을 피해 반대 방향 기차에 타자고 합니다. 둘은 기차에 무임승차를 했고, 벤지의 말대로라면 안내원이 티켓 확인하러 오면 화장실에 간다고 얘기한 뒤 두 사람의 표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앞쪽으로 간 안내원을 피해 역까지 숨어서 버티면 성공입니다. 데이비드가 정신 나간 계획이라고 말하자, 벤지는 여행의 민영화로 빈자가 사회에서 단절되었다며 왜 돈을 내고 조국 땅을 여행해야 하냐며 오히려 당당합니다. 두 사람은 안내원을 만났고, 화장실에 간다고 이야기한 뒤 기차의 뒤쪽으로 갑니다. 그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등석이었습니다. "그만큼 고생했잖아." 벤지의 말에 데이비드는 웃습니다. 무사히 내린 두 사람은 루브린역에서 기다리던 그룹과 다시 합류합니다.
지금 안 슬퍼하면 또 언제 슬퍼하겠어
데이비드는 일로지와 종교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안식일 정도는 지키려고 한다는 일로지는 일주일 중 하루는 삶의 속도를 늦추고 진지하게 휴식을 취한다며 종교는 독단적이고 기계적이며 고리타분했다는 데이비드에게 종교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합니다. 데이비드는 할 말을 잃습니다.
마샤는 일등석 발언 이후 생각해 봤다며 벤지에게 말을 겁니다. 그녀의 딸은 부자와 결혼했는데 더 이상 그녀와 진지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흘러가는 대로 살긴 너무 쉽고 얼마나 감사한 삶인지 잊고 만다는 것입니다. 대화를 들은 일로지 또한 경악스러운 사건들이 비일비재한데 어떻게 사람들이 아무 일 없는 듯이 살아갈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동의합니다. 벤지 또한 격하게 동의합니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슬플 일마다 가슴 아파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묻습니다. "글쎄, 슬픈 일이 더 이상 안 생기겠지?" 벤지의 말에 동의한 마샤는 데이비드에게 우리는 자신의 유해성을 외면하며 산다고 이야기합니다. 일로지가 덧붙입니다. "스테이크 때문에 도축을 외면하듯이요." 벤지는 훌륭한 비유라고 칭찬합니다. 그러나 데이비드는 다시 반박합니다. "그건 공감하겠는데 제 말은 슬픔에도 때와 장소가 있다는 거죠." "데이비드, 이건 홀로코스트 투어야. 이런 데서 터놓고 안 슬퍼하면 대체 언제 하냐?" 벤지의 말에 데이비드는 또 할 말을 잃습니다.
피드백합시다
이제 '유대인의 문'을 지나친 투어 그룹은 유대인의 마을을 걷습니다. 벤지는 또 홀로 뒤떨어져 걷던 데이비드에게 헤드록을 겁니다. 잠시 후 유대인의 무덤에 간 벤지는 이제 고인이 된 유대인들에 대한 지식을 주고받는 제임스와 일로지에게 실제로 살았던 사람들인데 토막 상식처럼 말하면 너무 차갑게 느껴진다며 피드백을 줍니다. "이 투어에 빠진 건 진짜 경험이에요." 제임스가 자신이 말한 건 전부 진짜 사실이라고 말하자, 데이비드가 말렸지만 벤지는 계속 말합니다. "근데 왜 현지인을 하나도 못 만났죠? 그냥 관광지 갔다가, 다른 관광지 갔다가..." 제임스는 이해하지 못한 듯 투어가 원래 그런 것이며 그러기 위해 신청한 게 아니냐며 묻습니다. 데이비드가 신청했다는 벤지의 말에 제임스는 일단 사과합니다. 벤지는 또 포장합니다. "솔직히 제임스의 투어는 거의 완벽해요. 저도 완전히 즐기고 있어요! 너무 상세한 정보만 조금 줄여달라는 얘기였어요." 제임스는 조심스레 말합니다. "실은 다음 순서로 코벨만의 비석 위에 돌을 올리려고 했는데..." 벤지는 너무 좋다고 말합니다. "다른 분들 부를까요?" 제임스가 묻자, 벤지가 문제없다는 듯 답합니다. "가이드 마음대로 하세요."
제임스는 그룹을 불러 모은 다음, 코벨만의 비석에 대해 말합니다. "이건 폴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비석이에요. 이 무덤의 주인은 제이컵 코펠만 리바이인데 실존했던 진짜 사람이었고 진짜 세상에 살았어요. 폴란드산 폴란드인이고..." 제임스는 벤지와 이야기하다가 그대를 기억하겠다는 뜻의 유대 전통인 비석 위에 돌 올리기를 떠올렸다고 이야기합니다. 벤지가 만족하자, 그는 얼른 사람들에게 돌을 주워 올리기를 권유합니다. 데이비드가 멀리서 제임스에게 미안하다는 손짓을 했고, 제임스는 괜찮다는 손짓으로 답합니다.
할머니는 그러셨어
저녁이 되고 투어 그룹은 레스토랑에 모두 모여 식사하고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눕니다. 마샤가 다소 큰 피아노 연주 소리 속에 유대인이라 의사가 못 되고 약사가 되어 최초의 드럭 스토어를 연 삼촌 이야기를 하자, 제임스와 사람들은 모든 이민자의 삶을 대변한다며 존경과 공감을 표합니다. 가게의 음식은 훌륭하지만, 음악이 저속하다는 제임스의 말에 취한 벤지는 "반유대주의자 새끼들."이라고 욕합니다. 하지만 주인은 유대인이었습니다. 피아노 연주가 끝난 후 다이앤이 텍사스로 간 마크의 증조부가 부자들이 버린 가구를 재단장하고 팔아 가구를 버렸던 부자들이 되사갔다는 이야기를 했고, 취한 벤지는 "부자들은 호구 새끼들이야."라며 또 욕합니다. 다음으로 데이비드는 취한 벤지 대신에 도리 할머니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할머니는 정말 멋진 분이셨어요. 요즘은 보기 힘든 그 시절 현실주의자 있죠? 직설적이고 억세고... 솔직히 할머니 앞에 서면 지릴 정도였죠." 나는 할머니가 안 무서웠다는 벤지의 말에 데이비드는 벤지는 할머니와 통하는 게 있었다고 말합니다. "둘 다 생각한 건 무조건 내뱉는 성격이었지." "그렇게 태어났어." "저희 할머니도 숱한 기적을 겪고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남아서 뉴욕에서 드레스 디자이너를 꿈꿨는데 학비가 없어서 비서가 됐어요." "그러다 책상 엎고 자기가 일하던 회사를 먹어버렸죠." "쿠데타처럼 묘사했는데 그건 아니고요. 매우 똑똑하셔서 작은 부동산 회사를 인수하신 거고..." "난 목요일마다 할머니랑 얘기했어." 마샤는 우리 애들은 한 달에 한 번 전화할까 말까라고 말합니다. "완전 후레자식들이네요." 벤지는 말합니다. "절 엄하게 대하셨죠. 망할 가족 중 유일하게 날 바른길로 이끌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필요할 때 내빼기나 했죠." 데이비드가 이어받습니다. "그래도 신세 한탄은 안 하셨어요. 고난이 오히려 감사하다고 하셨죠." 마샤는 깊이 공감합니다. "바로 그거예요. 아픔을 견뎠기에 희망도 생겨난 거죠." 데이비드는 또 생각난 듯 할머니가 했던 말을 합니다. "1세대 이민자는 택시 기사나 음식 배달 같은 허드렛일을, 2세대 이민자는 좋은 학교에서 의사나 변호사같은 좋은 직업을 가지고, 3세대 이민자는 엄마 지하실에 살면서 맨날 대마초나 피운대요." 그의 말에 사람들은 웃습니다. 그러나 벤지는 웃지 못합니다. "할머니가 그랬어?" "......대체로 그렇다고 말씀하신 것 같아." "내가 엄마 지하실에 살았잖아." "대체로 그렇다고." "그래." 대답한 벤지는 술을 단번에 마시더니 왕 트림을 하면서 식탁을 두드려 포크를 멀리 날려 버리고는 갔다 와서 줍겠다며 쉬하러 갑니다.
감정이 올라온다
식탁에 정적이 흐르고, 데이비드는 사과합니다. 다이앤이 벤지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일로지가 벤지가 잘 살려고 애쓰고 있으며 열정도 보인다고 감쌉니다. 마샤도 동의하지만, 마크는 열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동의하지 않습니다. 아내 다이앤이 영문은 몰라도 괴로워하는 게 보인다며 마크에게 그러지 말라고 나무랍니다. 항상 저랬냐는 마샤의 질문에 데이비드는 벤지가 늘 감정 기복이 심했으며 평소엔 세심하고 공감 능력도 뛰어난데 누구 한마디가 거슬리면 딴 사람으로 바뀐다고 설명합니다.
사촌하고도 사연이 있어 보이며 아픔이 있는 게 분명하다는 다이앤의 말에 데이비드는 다시 입을 엽니다. "아픔은 누구나 있지 않아요? 우리의 가족이 당한 일을 봐요. 우리 역사를 보세요. 멀쩡한 사람이 있겠냐고요." 당신은 멀쩡해 보인다는 마크의 말에 데이비드는 반박합니다. "안 그래요. 망할 강박 장애 때문에 약도 먹고 있고 조깅하고 명상하고 아침에는 출근하고 퇴근하고선 묵묵히 살겠다고 다짐하죠. 다들 똑같이 겪는 아픔이니까요. 그래서 내가 아프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짐이 되긴 싫다고요." 그룹 사람들은 데이비드에게 이해한다고 말합니다. 데이비드는 흥분한 김에 눈물을 머금으며 다시 입을 엽니다. "벤지랑 있다 보면 가끔 너무 지쳐요. 벤지를 사랑하고 동시에 증오하고 걔를 죽이고 싶고 그러면서도 부러워요. 걔랑 있으면 바보가 된 기분이 들어요. 매력이 넘치고 거리낌이 없으니까요. 그러다가... 여기와서 보니까 더더욱 납득이 안 돼요. 어떻게 이 땅의 생존자들에게서 그런 애가 나왔을까요? 온 세상이 우리 할머니를 죽이려 했지만, 숱한 기적의 도움으로 살아남으셨어요. 그런데 벤지를 보면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어요. 너무 묻고 싶은데 차마 못 하겠어요. 그 숱한 기적으로 태어난 아이가 어떻게 수면제로 자살 시도를 하냐고요." 마샤와 다이앤이 귀를 의심하듯 되묻습니다. 데이비드는 다시 한번 말하려다 입 닫고 있어야 했다며 사과합니다. 마샤가 언제 그랬냐고 묻자, 데이비드는 6개월 전에 소파에 쓰러진 걸 벤지의 어머니가 발견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후회하듯 말합니다. "벤지가 지하실 소파에 쓰러져 있을 때 전 예쁜 아내와 아들과 뉴욕에 있었다니 괴로워 미치겠어요." 데이비드는 또 쓸데없는 말을 했다며 사과합니다. 잠시 후 피아노 연주가 다시 시작되고, 마샤가 벤지가 돌아왔다고 말합니다. 데이비드가 돌아본 곳에는 벤지가 연주자 대신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데이비드는 자리를 피하듯 도중에 레스토랑을 나와 혼자 호텔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연주를 끝낸 벤지는 사람들의 환호를 받았을 것입니다.
좋은 사람이네
호텔 침대에 누워있던 데이비드는 아내 프리야에게 전화를 걸지만 받지 않습니다. 포기하고 잠들려 하는데 자신의 맨발이 눈에 띕니다. 그대로 잠든 데이비드는 호텔 방에 들어왔다가 다시 나간 벤지의 소리를 듣고 카운터로 나가 사촌이 지나갔는지 묻습니다. 아침이 되고 데이비드가 벤지에게 음성 사서함을 남기려고 하지만, 이미 사서함이 꽉 찬 상태입니다. 그때 호텔 전화가 울리고, 전화기에선 벤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야, 어딨어? 다들 너 기다리고 있어." 화난 데이비드는 로비에서 태연하게 일로지, 마샤와 앉아 알람 소리 못 들었냐고 묻는 벤지에게 말합니다. "핸드폰 충전 못해서 꺼졌어. 너 찾느라 정신없었거든. 대체 어디 있었어? 어떻게 된 줄 알고 놀랐잖아." 벤지는 사과하며 마샤와 있었고 널 깨울 순 없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때 제임스가 오고, 그룹은 버스로 이동합니다.
그들이 간 곳은 오싹할 정도로 도시에서 가까운 강제 수용소였고, 제임스는 나치범들이 소련군이 들이닥침에 따라 급히 마이다네크의 수감자들을 서쪽으로 옮긴 탓에 보존 상태가 좋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수천 명이 살해당한 경건한 장소이기에 많이 떠들지 않을 것이며 직접 보고 느끼는 편이 좋을 거라고 말합니다. 제임스는 수용소 내부를 보여주며 수감자였던 유대인들의 증언을 읽어주었습니다. 그들은 조용히 가스실로 이동합니다. 가스실 벽에 있는 파란 흔적은 그곳에서 사용된 유독가스 치클론 B의 흔적이었습니다. 그들은 시신을 태우던 화장 시설로 이동했고 커다란 잿더미를 봅니다. 다음으로 그들은 철망 안을 가득 채운 수많은 신발을 봅니다. 데이비드는 조용히 서 있는 벤지의 어깨를 잡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벤지는 기도하듯 두 손을 모아 울고 있었습니다. 호텔로 돌아온 제임스와 투어 그룹은 잠시 호텔 앞에 서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기분이 어떠냐는 제임스의 물음에 모두 기분이 안 좋다고 말하거나 착잡한 표정을 짓습니다. 제임스는 이제 여기서 투어 그룹과 벤지, 데이비드가 헤어지는 시점이라고 말합니다. 보고 싶을 거라는 벤지의 말에 마샤는 그를 멋진 사람이라며 안아준 뒤 할머니 사진을 보내라며 덧붙였고, 다이앤은 건강히 지내라고 그를 안아주며, 일로지는 벤지가 좋은 사람이라며 악수합니다. 제임스 또한 자신에게 실질적인 피드백을 준 것은 벤지가 처음이었고 제 안의 불씨를 다시 지폈다며 다시 벤지가 좋은 사람임을 밝힙니다. 벤지는 말을 끊고 제임스를 안아줬고 제임스는 꼭 하고 싶은 말이었다며 데이비드에게 짧은 인사를 하고 갑니다. "좋은 사람이네." 벤지가 말합니다.
널 잃기 싫어
두 사람은 남은 시간 동안 잡담을 하거나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도시를 걸어 다녔습니다. 벤지는 시장에서 알프스 풍의 모자를 사서 쓰고 저녁이 되자, 둘은 길거리 음식을 사 들고 먹으면서 걸어갔고 밤이 되자, 술을 나눠마셨습니다. 두 사람은 대마를 피우러 빅토리아 호텔 옥상으로 올라갔고, 빅토리아 간판 옆에서 대마를 피우며 멀리 보이는 강제 수용소의 불빛을 발견합니다. 데이비드가 빙엄턴으로 돌아가면 뭘 할 건지 계획을 묻자, 벤지는 팀의 지붕 수리를 도울 거라 바쁠 거라고 답합니다. 하지만 그건 팀의 집이었고 데이비드는 벤지가 돌아가서의 계획을 되묻습니다. "그딴 건 왜 묻는 거야?" "네가 잘 지낼지 궁금해서 그래." 결국 데이비드는 사과했고 이번엔 벤지가 데이비드에게 돌아가면 뭘 할 건지 묻습니다. 데이비드는 일과 가족이 있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6개월 동안 잠수탈 거란 소리네." 벤지는 옛날엔 감정적이었던 데이비드와 자신의 사이가 변했다고 말합니다. 데이비드는 옛날엔 벤지와 밤새워 놀았지만 이젠 일과 가족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고 바쁜 뉴욕에 사는 탓에 벤지가 사는 빙엄턴으로 한 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데이비드는 벤지가 오면 어떠냐고 묻습니다. "빌어먹을 빙엄턴보다는 뉴욕에서 만나는 게 정상이지." "빙엄턴이 왜?" "누가 빙엄턴이 나쁘대? 날 나쁜 놈 만들려고 일부러 그러네." "엿 먹어, 인마." "너나 엿 먹어." 벤지는 묻습니다. "왜 나한테 더는 관심이 없는 거야?" "관심이 없긴 왜 없어? 그냥 납득이 안 돼. 네가 스스로한테 왜 그딴 짓을 했는지." 데이비드는 벤지만 생각하면 끔찍한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른다며 울먹입니다. "난 널 잃기 싫어. 알아? 네가 얼마나 사랑받는지 알아? 네가 나타나면 방이 환해지는 거 몰라? 그런 기분 느낄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 거야. 근데 기껏 밝혀놓고 그 안에서 똥을 싸지르잖아." 눈가가 촉촉해진 벤지는 입을 다뭅니다.
좋은 일이 누구에겐 나쁜 일일 수도 있지
둘은 호텔로 돌아와 잠을 잔 후 아침에 일어나 짐을 싸고 조식을 먹은 후 택시에 탑니다. 택시에서 내린 두 사람은 한참 동안 걸어 25번지 도리 할머니의 집을 찾았습니다. 할머니의 집은 매우 평범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집 앞에서 갑자기 벤지가 입을 엽니다. "나 뺨 맞은 거 얘기했나? 할머니한테 뺨 맞았어." 벤지는 그날 술에 취해 할머니와의 저녁 약속에 15분 늦었는데 뺨을 맞은 후 그는 오히려 황홀했습니다. 그때 할머니가 항상 가는 가게에서 좋은 옷을 입고 있으셨는데 거기 있던 사람들 시선보다 자기에게 더 관심을 가져줘서 좋았던 것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데이비드는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계셨던 집 현관에 돌을 쌓자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냅니다. 벤지와 데이비드는 돌을 주워 왔고 현관 앞에 돌 두 개를 올려놓습니다. 그러자 이웃 할아버지가 나타나 폴란드어로 뭐라고 합니다. 벤지와 데이비드가 못 알아듣자, 영어를 하는 할아버지의 아들이 나타나 돌을 왜 놓았는지 묻습니다. 벤지와 데이비드는 유대 전통으로 돌아가신 할머니를 기리기 위해 올려놓았다고 말했지만, 할아버지의 말을 들은 아들은 거기에 사는 할머니가 넘어질 수 있다며 돌을 치워달라고 요구했고 둘은 돌을 다시 주워 주머니에 넣고 할머니의 집을 나옵니다.
진짜 고통
두 사람은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고, 뉴욕행 비행기에 탔습니다. 뉴욕에 도착한 두 사람은 공항을 나오려고 했고, 데이비드가 벤지를 자기 가족이 있는 집으로 저녁 초대를 합니다. 그러나 벤지는 데이비드의 제안을 거절하고 공항에서 시간을 좀 때우고 싶어 합니다. "여기가 마음에 들어. 공항엔 또라이들이 많거든." 잠시 생각하던 데이비드는 갑자기 벤지의 뺨을 후려칩니다. "뭐야? 왜 때려?" 데이비드가 당황합니다. "미안해, 할머니한테 뺨 맞아서 좋았다고..." "그때는 방황하는 18살이었어. 지금은 다르지." "난 기운 내라고..." "괜찮아." "여기 빨개졌어." "당연하지, 네가 귀싸대기 날렸잖아!" "미안!" "나도 때려도 돼?" "아니." 벤지가 웃음을 터뜨리고, 데이비드도 웃습니다. 벤지는 데이비드를 꽉 안습니다. 데이비드가 울먹이려고 합니다. "사랑한다." "나도 사랑해." "난 잘 지낼 거야." "진짜지?" 벤지는 이제 데이비드를 놓습니다. "그래. 또 보자고." "그래야지."
벤지와 헤어진 데이비드는 공항에서 뉴욕으로 돌아와 입구에 돌을 올려놓고 집으로 들어갑니다. 아들과 아내가 그를 반깁니다. 데이비드와 헤어진 벤지는 혼자 공항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며 앉아있습니다.
3. 후기
아픔을 따라가는 여정
<리얼 페인>에서는 영화 내내 잔잔하게 흐르는 피아노곡과 더불어 벤지와 데이비드가 돌아가신 도리 할머니를 기리기 위해 유대인의 삶을 쫒아 역사적 아픔을 따라가는 여정, 즉 공항에서 출발해 다시 공항까지 도착하는 과정을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습니다.
초반부터 알 수 있듯 감정적인 벤지와 이성적인 데이비드는 각자 독특하고 서로 반대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애증의 관계처럼 영화 내내 서로 협력하다가도 티격태격 충돌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두 배우의 어딘가 웃기고도 슬프고 불안하고도 코믹한 연기는 관객의 웃음과 공감을 받습니다.
여정을 따라가며 등장하는 흥미로운 유대인의 역사적인 건물과 장소, 데이비드에게 섭섭한 감정이 있는 듯 행동하면서 그를 칭찬하는 벤지와 감정 기복으로 왔다 갔다 하는 벤지의 행동을 사람들에게 사과하면서도 그를 돌보는 데이비드의 행동, 그런 독특한 두 사람과 함께하는 투어 그룹 사람들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반응에는 자연스러움이 있으며 그들과 함께 투어에 참여하고 있는 듯한 재미가 있습니다.
막바지에 이르러 조상의 역사적 고통에서 '진짜 고통'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속마음을 내비치며 서로의 마음과 고통을 알게 되고, 그들이 공항으로 돌아온 결말에 이르러서는 마음의 이해와 성장으로 전과는 조금 달라졌지만, 여전한 벤지와 데이비드를 찾아볼 수 있으며 그들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듯 각자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오며 여행은 마무리됩니다.
옷 색깔의 비밀
영화의 초반부터 벤지의 옷 색깔은 붉은 계통, 데이비드의 옷 색깔은 푸른 계통으로 정해져 있는 듯 보입니다. 이는 매우 감정적인 벤지의 성격과 매우 이성적인 데이비드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색상이며 데이비드의 유일하게 빨간 모자는 겉으론 냉철하지만, 속에는 감정적인 것이 존재한다는 느낌입니다.
투어가 시작된 후 감정 기복이 심해진 벤지의 옷은 염증이나 탄 흔적을 연상케 하는 검은 바탕에 대비되는 노란 점박이 옷으로 바뀌고, 모두의 앞에서 속마음을 토로한 다음 날 데이비드의 푸른 체크 남방은 회색 셔츠로 바뀝니다. 이는 벤지가 고통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이며 이에 따라 자신의 속감정을 그룹 사람들에게 토로해 버린 데이비드는 다시 감정을 억제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전날 밤 데이비드와 벤지가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난 후 마지막 날에는 정반대로 데이비드가 빨간 옷을 입고 벤지가 파란 옷을 입고 있습니다. 이는 벤지가 감정 기복과 고통에서 차분함을 되찾았다는 것이 되며 데이비드가 조금은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의 옷 색이 서로 바뀌었다는 것은 두 사람의 성장과 이해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고통
<리얼 페인>은 우울과 불편함을 가지며 웃음과 따뜻함을 잃지않고 전개되는 영화지만, 그 맥락은 '고통'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나치에 의해 학살당한 유대인의 역사는 역사적 고통이고, 누군가의 가족이나 도리 할머니의 죽음은 상실의 고통이며, 자살 시도나 강박증은 정신적 고통이고, 뺨을 맞는 것은 육체적 고통입니다. 영화는 잔인한 역사와 같은 간접적인 고통과 가족을 잃은 슬픔, 우울증이나 강박 장애와 같이 심리적인 고통을 보여주다가 마지막에 데이비드가 벤지의 뺨을 후려치게 하여 '진짜 고통'을 보여주면서 간접적이고 심리적이었던 고통을 날려준 듯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데이비드의 말처럼 사람들은 모두 각각의 고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통은 사람이 느끼는 공통 사항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남의 고통에 대해서 쉽게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했다고 해도 그 고통이 어떤 고통인지 알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그에게 피해를 주거나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남의 고통을 진정 알고자 한다면, 벤지처럼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자신의 고통인 것처럼 온 마음으로 받아들여 보는 것입니다.
고통의 파장은 주변인에게 전달됩니다. 고통이 크면 클수록 개인에서 사회로 전염되듯이 퍼져나갑니다. 어떤 사람들은 고통과 마주할 때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나누고자 하고, 어떤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말조차 꺼내지 못하며, 어떤 사람들은 나누는 것조차 거부합니다. 그럼에도 누군가와 혹은 혼자서라도 고통이 무엇인지 말하고 이해하고 다독여 주며 고통을 풀어헤치면 그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습니다. 고통이 나뉘고 사람들이 그 고통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관점이 바뀌어 있을 수 있고, 고통을 안은 사람은 그 관점들을 받아들여 보면서 자신의 고통을 직시하게 될 것이며,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 고통을 극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고통은 그 끝에 사람을 성장시키고 고통을 대하는 태도를 달라지게 합니다. 그러니 고통이 아물 때까지 이 사촌 형제들처럼 자신이나 누군가를 꼭 안아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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