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소개
<퍼펙트 데이즈>는 2023년 5월 칸 영화제에서 초연된 후 2023년 12월 독일과 일본에서 연이어 개봉되었으며, 빔 벤더스가 감독을 맡고 타쿠마 타카사키와 공동으로 각본을 집필한 독일과 일본 합작의 드라마 영화입니다.
시부야에서 공중화장실 청소부로 일하는 히라야마의 일상 이야기를 담은 <퍼펙트 데이즈>는 전 세계적으로 2,566만 달러를 벌어들였으며, 로튼 토마토 96%의 신선도와 8.3의 평균점, 메타크리틱에서 80점이라는 평균을 웃도는 점수를 받았습니다. 평가의 대부분은 빔 벤더스 감독의 평생 걸작이라는 영화에 대한 호평과 야쿠쇼 코지 배우의 뛰어난 연기를 극찬하는 호평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수상으로는 제76회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남우주연상과 에큐메니칼 심사위원단 상을 받았으며,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에서 최고의 영화상을 받았습니다.
감독 빔 벤더스는 일본 영화감독 오즈 야스지로의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으며, 주인공의 히라야마라는 이름 또한 오즈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이름을 따왔습니다.
또한 벤더스는 주인공 히라야마의 배경으로 부유한 사업가였지만 알코올 중독에 빠져 호텔에서 자살을 꾀하다가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햇빛에 매료되어 사업가를 그만두고 화장실 청소부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밝힌 바 있습니다.
찰나, 순간, 하루, 매일에 존재하는 삶의 빛, <퍼펙트 데이즈>를 소개합니다.
감독
빔 벤더스 (서브머전스, 팔레르모 슈팅, 폭력의 종말, 미국인 친구, 베를린 천사의 시, 멀고도 가까운)
각본
빔 벤더스
타카사키 타쿠마
주연
히라야마 역/ 야쿠쇼 코지 (팔견전, 은하철도의 아버지, 패밀리아, 멋진 세계, 고독한 늑대의 피, 갈증, 종의 신탁)
타카시 역/ 에모토 토키오 (큐브, 무타푸카즈, 사토시의 청춘, 모두가 초능력자, 심야식당, 상실의 시대)
니코 역/ 나카노 아리사
토모야마 역/ 미우라 토모카즈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스트로베리 나이트, 아웃 레이지, 아웃 레이지 비욘드, 텐텐)
마마 역/ 이시카와 사유리
아야 역/ 야마다 아오이 (퍼스트 러브)
케이코 역/ 아소 유미 (우리들이 있었다, 질풍 론도, 애도하는 사람, 연공)
노숙자 역/ 다나카 민 (은하철도의 아버지, 사바하: 여섯 번째 손가락, 아웃사이더)
책방 주인 역/ 이누야마 이누코 (죄와 벌, 물에 빠진 물고기, 맛있게 죽이는 법)
2. 이야기
아이의 손과 작은 단풍
이른 아침, 히라야마는 일어나 씻고 면도하고 식물에 물을 준 뒤 '도쿄 토일렛' 유니폼을 입고 집을 나섭니다. 캔 커피를 뽑아 마신 후 차에 탄 그는 애니멀스의 '해 뜨는 집' 카세트테이프를 고르고 스카이 트리를 올려다보며 출근합니다. 공중화장실에 도착한 히라야마는 직접 만든 청소도구를 챙겨 화장실을 청소하고, 도중에 사람이 들어오면 잠시 자리를 피해줍니다. 그가 혼자 청소하고 있을 때, 뒤늦게 온 젊은 동료 타카시는 아침 근무에 대해 불평하며 휴대 전화를 보면서 청소합니다.
다른 공중화장실로 이동해 청소하던 히라야마는 변기에 앉아 엄마도 없이 울고 있는 요스케를 발견합니다. 그가 요스케를 데리고 나오자, 아이를 발견한 엄마가 뛰어와 나무라며 히라야마가 잡고 있던 아이의 손을 물티슈로 닦은 후 고맙다는 말도 없이 데리고 가버립니다. 요스케는 히라야마에게 손을 흔들어줬습니다.
히라야마는 다시 다른 화장실로 이동해 청소하고 난 후, 신사로 들어가 사 온 점심을 먹고 카메라로 나뭇잎과 햇빛을 찍습니다. 그는 나무 아래에 난 작은 단풍을 발견했고, 신사 사람에게 허락받고 캐옵니다.
다른 화장실로 이동한 히라야마는 화장실 근처에서 기이한 춤을 추는 노숙자를 보았고 화장실 사용법을 묻는 외국인에게 사용법을 알려줬습니다.
오후가 되어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페일 블루 아이즈'를 들으며 집으로 돌아온 히라야마는 캐온 작은 단풍을 화분에 심고 유니폼을 벗어 걸어놓은 후 다시 집을 나와 자전거를 타고 목욕탕으로 가 목욕을 합니다. 비 오는 도쿄 아사쿠사 역으로 간 그는 지하상가의 단골집으로 가 저녁을 먹습니다. 불이 켜진 스카이 트리를 보고 밤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 히라야마는 '야생 종려나무'를 읽다가 잠이 듭니다. 그는 꿈을 꿨는데,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빛과 아이 손의 꿈이었습니다.
카세트테이프와 아야와 돈
다시 이른 아침, 히라야마는 씻고 면도하고 식물에 물을 준 뒤 유니폼을 입고 집을 나섭니다. 차에 타 캔 커피를 마신 그는 오티스 레딩의 '항구의 부두에 앉아서'를 들으며 스카이 트리를 올려다보며 근무지로 향했고, 화장실을 청소하면서 들어온 이용자를 위해 자리를 피해줍니다.
타카시와 청소하고 있던 히라야마는 여자 친구 아야에게 잘 보이기 위해 시동이 걸리지 않는 바이크 대신 히라야마의 차를 빌려달라는 타카시의 간절한 부탁을 받습니다. 결국 타카시와 아야가 히라야마의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았고, 히라야마는 좁은 뒷자석에 앉게 됩니다. 타카시는 아야에게 히라야마가 회사 선배인데 과묵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소개했고, 아야는 패티 스미스의 '레돈도 비치'를 들으며 만족합니다. 타카시가 왜 그렇게까지 일을 열심히 하냐고 묻지만, 히라야마는 답하지 않습니다. 타카시는 몰래 카세트테이프를 꺼내 아야의 가방 속에 집어넣었습니다.
타카시는 아야를 내려준 뒤 데이트로 돈이 필요하다며 막무가내로 히라야마를 데리고 그의 루 리드 카세트테이프를 비싸게 팔기 위해 시모키타의 한 중고 거래 가게에 들어섭니다. 그러나 히라야마는 완고했고, 테이프를 팔지 않는 대신 타카시에게 돈을 줍니다. 그러나 밤이 되자 차에 기름이 떨어졌고, 돈이 없던 히라야마는 결국 루 리드의 테이프를 팔고맙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운 뒤 책을 읽다가 잠이 듭니다. 그는 다시 꿈을 꿨는데, 도시의 가로등과 불빛, 아야의 동양적인 눈에 관한 꿈이었습니다.
틱택토 게임과 소꿉친구와 볼 키스
다시 아침이 되고 화장실 청소를 시작한 히라야마는 화장실 틈새에서 틱택토 게임 쪽지를 발견하고 무심코 버립니다. 그 후 신사로 간 히라야마는 나뭇잎 사진을 찍고 사 온 점심을 먹습니다. 그 옆 벤치에는 히라야마처럼 점심을 먹고 있는 여성이 있었습니다. 히라야마는 그대로 퇴근하려다가 아까 버린 쪽지를 다시 주워 칸에 X 표시를 하고는 발견했던 틈새에 다시 집어넣었습니다.
히라야마는 목욕한 후 지하상가 단골집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고, 책을 읽다가 잠듭니다. 그의 꿈속에서는 나뭇가지와 나뭇잎 빛 그림자가 아른거렸습니다.
다시 아침이 되고 일상을 시작한 히라야마는 좋아하는 카세트테이프를 들으며 출근합니다. 그는 타카시에게 차에 두고 간 바이크 열쇠를 돌려주었고, 타카시는 아야랑 안 될 것 같다고 약한 소리를 하며 히라야마에게 그 연세에 혼자면 외롭지 않냐며 오지랖을 부립니다. 그때 타카시의 소꿉친구 데라가 찾아와 타카시의 귀를 만지고, 세 사람은 웃습니다.
다음 화장실을 청소하던 히라야마가 틈새에서 종이쪽지를 꺼내자, 쪽지에는 O 표시가 늘어나 있었습니다. 히라야마는 또 다른 칸에 X 표시를 하고 다시 틈새에 집어넣습니다. 그가 이동하려던 때 아야가 나타났고, 그녀는 패티 스미스의 카세트테이프를 돌려주며 그에게 부탁해서 한 번 더 차에서 '레돈도 비치'를 듣습니다. 아야는 타카시가 무슨 말을 했는지 묻고 나서는 잠시 울먹이더니 히라야마에게 볼 키스를 하고 차에서 내립니다.
목욕탕에서 흐뭇하게 목욕하다가 집으로 돌아온 히라야마는 집에 누워 루 리드의 '완벽한 날들'을 들었습니다. 그가 잠시 꾼 꿈에는 나뭇잎 빛 그림자가 아른거렸습니다.
저녁이 되자 히라야마는 다시 지하상가 단골집으로 가 저녁을 먹은 후, 집으로 돌아와 책을 읽다가 잠이 듭니다. 그의 꿈에는 젖은 우산과 틱택토 게임, 그림자들이 나왔습니다.
주말과 해 뜨는 집과 니코
주말 아침, 히라야마는 자전거에 유니폼을 싣고 신사에 들렀다가 코인 세탁소로 가서 유니폼을 세탁합니다. 그리고 그는 사진관에 들러 필름을 맡기고 현상된 사진을 받아 들고 나옵니다.
집으로 돌아온 히라야마는 다다미 바닥을 청소하고 카세트테이프 관리를 한 후 잘 나온 사진들을 골라 보관함에 넣었습니다. 그렇게 모인 보관함들은 이불장 안에 차곡차곡 쌓여있습니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온 히라야마는 헌책방에 들러 코우다 아야의 '나무'라는 책을 구입합니다. 저녁이 되어 단골 선술집으로 들어간 히라야마는 마마가 부르는 '해 뜨는 집'을 듣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히라야마는 마마와 밤거리의 꿈을 꾸었습니다.
다시 날이 밝고 화장실로 출근한 히라야마는 O가 늘어난 쪽지에 X 표시를 하고 신사에 가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일을 끝낸 히라야마는 노숙자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는 지하상가 단골집에서 저녁을 먹은 뒤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의 집 계단에는 몰라보게 자란 조카 니코가 앉아 있었습니다.
니코와 나뭇잎 꿈을 꾼 히라야마는 부엌에서 깨어나 니코가 잠든 2층에 조용히 올라가 식물에 물을 준 뒤 유니폼을 가지고 내려가려 했지만, 잠이 깬 니코에게 자기도 데려가 달라고 협박당하고 맙니다. 히라야마는 마지못해 끄덕였고, 니코는 히라야마와 함께 차에 올라타 캔 커피를 마셨습니다. 둘은 밴 모리슨의 '갈색 눈의 소녀'를 들었습니다. 니코는 스카이 트리를 신기해하고 스포티파이를 가게라고 말하는 히라야마의 말에 웃습니다. 그녀는 히라야마가 화장실 사용자를 위해 자리를 피해주는 걸 보고 생각에 빠집니다. 니코와 히라야마는 함께 신사로 가 점심을 먹었습니다. 니코는 나무의 사진을 찍는 히라야마에게 그가 자기에게 줬던 카메라를 보여주며 저 나무가 친군지 물었고, 히라야마는 그렇다고 답하며 나무 앞에 선 니코의 뒷모습을 찍었습니다.
그날 밤 '나무'를 읽다가 잠든 히라야마는 꿈에서 나무 그림자와 줄무늬 빛들을 보았습니다.
다른 세상과 가족과 눈물
다음 날 아침, 니코 몰래 유니폼을 가지고 내려오려던 히라야마는 니코의 부름에 계단에 멈춰 앉습니다. 니코는 단편집 11의 '테라핀'에 나오는 주인공 빅터가 꼭 자기 같다며 히라야마에게 빌려달라고 했고, 히라야마는 그러라고 했지만 잠시 생각에 빠집니다.
함께 화장실로 출근한 니코는 히라야마의 일을 도와주었고, 히라야마는 틱택토 게임을 완성합니다. 니코는 잠시 쉬는 시간에 삼촌 얘기만 나오면 말을 돌리는 엄마와 삼촌이 사이가 안 좋은지 묻습니다. 니코는 엄마와 싸우고 첫 가출로 삼촌에게로 온 것이었습니다.
일이 끝나고 히라야마는 니코와 목욕탕에 갔고, 니코와 함께 목욕탕을 나서는 걸 할아버지들이 신기하게 쳐다봤습니다. 저녁 먹으러 가기 전 니코는 히라야마와 자전거를 타면서 엄마와 삼촌이 닮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녀는 히라야마가 다른 세상에 산다는 엄마의 말이 사실인지 물었습니다. "알고 보면 이 세상은 수많은 세상으로 이뤄져 있거든. 연결된 것처럼 보여도 그렇지 않은 세상도 있지." 히라야마의 말에 니코가 자기는 어떤 세상에 사는지 묻자, 히라야마가 멈추어 섭니다.
그들의 앞에는 강이 있었고, 지금 바다로 갈지 묻는 니코에게 히라야마는 "다음에."라고 답합니다. "다음이 언젠데?" "다음은 다음. 지금은 지금." 그의 말을 곱씹던 니코는 납득합니다.
히라야마와 니코가 집으로 돌아오자, 주차장에는 히라야마의 여동생 케이코가 와 있었습니다. 케이코는 니코에게 짐 싸서 나오라고 했고 니코는 삼촌에게 자기가 빅터처럼 될지도 모른다며 매달려보지만, 할 수 없이 짐을 가지러 들어갑니다. 그 사이 케이코는 히라야마에게 나이가 들어 정신이 온전치 못한 아버지를 한번 보러 가는 게 어떻겠냐며 아버지가 전처럼 그러지 않을 거라고 권유하지만, 히라야마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합니다. 니코는 고맙다며 삼촌을 안아준 후 케이코의 차에 탔고, 히라야마 역시 케이코를 한 번 안아준 후 그녀와 조카를 보냅니다. 그들이 떠난 뒤 히라야마는 혼자 서서 눈물을 흘립니다. 그날 밤 그는 아버지와 그림자들의 꿈을 꿉니다.
외톨이와 노화와 그림자
아침이 되고, 출근한 히라야마는 일을 관두면서 돈은 다음에 갚겠다는 타카시의 말과 당장 대신할 사람이 없다는 회사의 말을 듣고 혼자서 밤늦게까지 화장실 청소를 하게 됩니다. 데라가 타카시를 찾아왔지만, 타카시는 없었습니다. 지친 히라야마는 매일 이렇게 일할 순 없다고 회사에 메시지를 남기고는 밤늦게 집으로 돌아와 바로 누워 어지러운 도시 그림자의 꿈을 꿉니다.
다음 날 아침 히라야마는 캔 커피를 두 개 마시고 출근했는데, 타카시의 대타 직원 사토가 와 있었습니다. 히라야마는 다음 화장실로 갔고 완성된 틱택토에 'Thank you'라고 적힌 종이쪽지를 유니폼 포켓에 집어넣었습니다.
퇴근하는 도중 히라야마는 횡단보도에서 기이한 춤을 추는 노숙자를 지켜봅니다. 그날 밤 히라야마는 나뭇잎 그림자와 빛, 노인의 꿈을 꿉니다.
주말이 되자, 히라야마는 코인 세탁소에 갔고 사진관에도 들었으며, 현상된 사진을 정리했습니다. 그는 다시 집을 나왔는데, 건물을 허문 공터를 보던 노인을 보고 자전거를 멈췄습니다. "여기 원래 뭐였죠? 아... 늙으면 이렇다니까." 노인은 툴툴거리며 떠났습니다.
헌책방에 간 히라야마는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단편집 '11'을 다시 구매했고, 이르지만 단골 선술집으로 갔습니다. 오픈되길 기다리던 히라야마는 마마가 어떤 남자와 가게로 들어가 서로 끌어안고 있는 걸 보게 되었고, 그곳에서 멀어져 나와 편의점에서 캔맥주와 담배, 라이터를 구입해 강가로 갑니다.
혼자 담배를 피우다가 콜록대던 히라야마에게, 아까 마마와 껴안고 있던 남자 토모야마가 다가와 담배를 빌립니다. 하지만 토모야마 역시 담배가 오랜만이라 콜록댑니다. 토모야마는 자기가 마마의 전남편이라 밝히며 자기 몸에 암이 전이되었다는 것도 밝힙니다. 그는 왠지 전 아내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히라야마가 술을 건네자, 토모야마는 그에게 마마를 부탁했고, 히라야마는 그런 게 아니라고 답합니다. "그림자는... 겹치면 더 어두워질까요? 아직 모르는 게 많은데 결국 아무것도 모른 채 끝나나 봅니다." 토모야마의 말을 들은 히라야마는 직접 해 보자고 말하며 토모야마의 그림자에 자신의 그림자를 겹쳐봅니다. 히라야마는 더 어두워졌다고 말했고, 토모야마는 변한 게 없다고 말합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히라야마의 말에 토모야마는 끄덕입니다. 둘은 그림자밟기를 하며 잠시 놀았고, 히라야마는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날 밤 그는 꿈에서 출렁이는 물의 빛과 나뭇잎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새로운 날
다시 아침이 오고, 히라야마는 니나 시몬의 '필링 굿'을 들으며 출근길에 오릅니다. 스카이 트리가 지나가고, 히라야마는 눈물이 고인 눈으로 웃으며 운전합니다. 그의 눈앞에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3. 후기
작은 세상들로 이루어진 일상
영화는 주인공 히라야마의 반복적인 날들로 전개하며 그의 세상을 보여주고, 여러 상황과 변화 속에서 그가 어떻게 매일을 살아내는지를 보여줍니다.
히라야마는 하찮고 더럽다고 생각할 만하지만 딱히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아도 되는 공중화장실 청소일을 하고, 청춘 시절 카세트테이프와 함께 묵묵히 일상을 거듭하며, 사랑을 위해 돈이 필요한 젊은 동료, 어떤 식으로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조카와 늦게나마 오빠와 아버지의 관계 회복을 도우려는 여동생, 술집 여주인의 암에 걸린 전남편이라는 다가오는 곤경을 지나와, 다시 자기만의 습관이 있는 세상으로 돌아갑니다.
히라야마 외에도 옆 벤치에서 혼자 점심을 먹던 여성, 기이한 춤을 추는 노숙자, 타카시의 귀를 만지러 찾아오는 데라 또한 각자의 세상을 사는 사람들로, 영화는 그런 세상들로 이루어진 일상을 담아냅니다.
음악과 책
히라야마의 카세트테이프 선곡은 괜한 것이 아니라는 감독 벤더스의 말로 보면, 히라야마 외에도 아야가 공감한 '레돈도 비치', 선술집 마마가 부르던 '해 뜨는 집', 유독 '테라핀'이라는 단편소설에 공감하던 니코 또한 그들의 감정이 음악과 책에 녹아들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히라야마의 카세트테이프 선곡처럼 등장인물과 히라야마의 공감대로서 그의 감정을 더 이해할 수 있는 장치와 계기가 됩니다.
삶의 빛과 그림자
완벽한 날들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과 바라는 것들로 짜인 빛나는 매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빛나는 매일은 흔들리기 쉬우며, 그 아래에는 반드시 그림자가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모든 빛과 그림자들은 주변의 요소에 의해 세기와 모양이 변화합니다.
히라야마는 아들 요스케를 찾은 엄마에게 더럽다고 여겨졌지만, 요스케의 고맙다는 손 인사를 받습니다. 또 그는 카세트테이프를 지키기 위해 타카시에게 돈을 줬지만, 기름을 넣을 돈이 없어 결국 아끼는 카세트테이프를 팔게 됩니다. 히라야마는 아야에게 볼 키스를 받은 후 카세트테이프를 들으며 젊음을 되새기지만, 철거된 곳에서 노인처럼 원래 무슨 건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런 그림자 속에서도 히라야마는 어떻게 살아갈지 미리 걱정하는 니코에게 "다음은 다음, 지금은 지금."이라고 말해 '다음이 있으니 지금을 소중히 살라'고 전하며, 선술집 마마의 전남편 토모야마의 그림자에 자신의 그림자를 겹쳐보며 "변하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해 '다른 이의 그림자가 더해짐으로도 그림자는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영화는 히라야마를 통해 보여주는 일렁이며 변화하는 삶의 빛과 그림자, 그것들을 머금은 희망을 소소하게 이야기하며 공감과 감동과 깨달음을 선사합니다.
코모레비와 완벽한 날들
영화는 마치면서 '코모레비'는 '나뭇잎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을 뜻하며, 바로 그 순간에만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히라야마의 꿈과 그가 올려다보는 나뭇잎에 대한 힌트가 되며, 감독 벤더스의 '단 하나뿐인 삶을 충실하게 살자'라는 메시지가 됩니다.
히라야마가 매일 올려다보고 필름 사진으로 담았던 '코모레비'는 그가 얻는 하루하루의 기쁨이며 그 기쁨은 보관함의 사진들처럼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행복과 눈물이 교차하는 히라야마의 얼굴을 새로이 떠오르는 아침의 태양이 비추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가 새로운 날에 대한 빛과 그림자를 모두 안은 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듯 하며, 영화에서 보이고 영화의 뒤에서도 이어질 듯한 히라야마의 나날은 누구보다도 완벽해 보입니다.
여러분의 일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수많은 곤경에 치여 삶의 소중함을 잊고 살지는 않나요? 한 번쯤 점검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퍼펙트 데이즈>를 보고 난 후에는 삶이 완벽하지 않은 대로 완벽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삶에 만족하는 충실한 일상이 존재한다면, 그만큼 완벽한 삶도 없습니다. 삶을 사랑하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일상에 빛이 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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