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울지 않는 아이, 드라마, 실화 사건 기반 한국 영화, 줄거리 및 결말과 미국의 아동학대 예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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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울지 않는 아이, 드라마, 실화 사건 기반 한국 영화, 줄거리 및 결말과 미국의 아동학대 예방법

by cocoatea 2025. 6. 9.

*이 포스팅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소개

 25년 4월에 개봉된 <울지 않는 아이 (A Child of Silent)>는 친모가 장애가 있는 6세 친아들을 방치하고 감금하여 굶어 죽게 만든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드라마 영화입니다.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온 이혁종 감독이 감독과 각본을 맡았으며, 실제 사건과 달리 친모에게 학대당하는 손녀를 구한 할머니의 복수극을 담고 있습니다. 
 <울지 않는 아이>는 24년 아시아 영화제와 24년 런던국제영화제, 24년 유바리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선정된 바 있으며, 국내에서는 개봉 후 2달째인 25년 6월 현재 누적 관객 수 767명을 기록하며 크게 주목받는 양상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해 아동의 할머니가 복수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극단적인 결말이 관객의 호불호를 갈리게 할 수도 있지만, 실화 사건의 아동 사망이라는 결말을 아동 생존으로 뒤틀었다는 점에서 관객의 관심과 해결되지 않는 아동학대에 대한 울분과 공감을 다시 한번 끌어내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우리 곁에 있을지도 모를 <울지 않는 아이>를 소개합니다. 

 

감독/각본

이혁종 (스케치, 에리카: 푸른 불꽃)

 

제작

김영호

 

촬영

신범섭

 

음악

김윤건

 

주연

수아 역/ 박은별
다영 역/ 이슬아
정민 역/ 최대철 (영동선, 어부바, 싸나희 순정, 자전차왕 엄복동)
순임 역/ 이칸희 (반드시 잡는다, 한반도)
순임의 오빠/ 박정학 (백수 아파트, 검은 수녀들, 미끼, 서울의 봄)
준호 역/ 김준현

창범 역/ 이동환

사회복지사 역/ 이혜민

어른 수아 역/ 박시현

 

 

 

2. 이야기

수아

 늦은 밤, 7살 수아는 좁은 창밖으로 손을 뻗어봅니다.
 옆집에서 혼자 술 마시던 정민은 답답함에 미술용 나이프로 목을 그으려다가 포기하고,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웁니다. 그는 이웃 창문에서 무언가를 봤지만, 알아채지 못하고 집으로 들어갑니다.
 한편, 집에서 담배 피우며 친구와 통화를 하던 다영은 욕실을 확인한 후 방으로 돌아갑니다. 잠시 후, 허리에 쇠사슬이 묶인 수아가 욕실 세탁기에서 나옵니다. 다영이 잠들자, 수아는 그제야 욕실에서 나와 거실에 있던 비닐봉지에서 주먹밥을 꺼내 먹습니다.

 

상처투성이

 아침, 밖에서 담배를 피우던 정민은 이웃집 다영이 차에서 캐리어를 꺼낸 후 의류 수거함에 버려진 아동복을 대충 주워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봅니다.
 다영은 수아에게 수건을 던지며 냄새나니 씻으라고 지시하지만, 씻는 것을 모르는 수아는 가만히 다영을 보고만 있었고, 화가 난 다영은 수아의 옷을 벗기며 자기가 주워온 옷을 입으라고 시킵니다. 아이의 몸은 상처투성이입니다.
"어쩜 이렇게 그 병신만 빼다 박았니?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어요." 다영은 수아를 억지로 웃게 한 후 사진을 찍어 시어머니에게 보냅니다. 그녀는 다시 쇠사슬로 아이를 묶은 후 라면 한 봉지를 던져주며 소리 내지 않을 것을 당부한 뒤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갑니다. 닫힌 문 앞에서 작게 엄마를 부른 수아는 어쩔 수 없이 생라면을 오독오독 씹어먹습니다. 정민이 경고 고지서가 가득 붙어있는 옆집 현관을 지나면서 그 소리를 듣지만, 긴가민가하며 지나칩니다.
 밤이 되자, 밖에서 정민이 자기 아이와 통화하는 소리를 들은 수아는 욕실 창밖을 내다보며 중얼거립니다. "수아도 엄마 사랑해요..." 정민은 언뜻 수아를 봅니다.

 

배고픔

 다음 날, 정민은 옆집에서 아동학대 의심으로 찾아온 사회복지사가 건물주에게 경고하는 소리를 듣고 잠이 깹니다. 정민이 밖에서 휴대전화로 게임 하고 있을 때, 그의 인사도 받지 않던 건물주는 전화로 다영에게 딸과 함께 살고 있는지 확인했지만, 대뜸 다영이 방을 빼겠다고 나오자, 얼버무리며 끊습니다. "집에 애가 있으면 엄마가 알아서 하겠지." 정민은 신경을 끄기로 합니다. 하루 종일 생라면과 다영이 먹다 남긴 작은 피자 조각밖에 먹지 못한 수아는 배고픔에 못 이겨 잠이 듭니다.
 한편, 돈줄이었던 노인에게 배신당하고 모텔에서 젊은 남친 준호와 지내고 있던 다영은 시어머니 순임의 전화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습니다. 순임이 수아를 잘 돌봐달라며 부탁하지만, 다영은 접근금지로 만든 전남편 창범을 거들먹거리더니 양육비나 잘 보내라며 소리치고 끊어버립니다.

 

쓰레기들

 며칠이 흐르고, "옆집에 정말 애가 있으면 어쩌지?"란 생각이 든 정민이 건물주에게 이야기해 보지만, 건물주는 오히려 정민과 다영의 관계를 의심하며 들어주지 않습니다. 수아는 쇠사슬을 끊어보려 하지만 금방 힘이 빠졌고, 배고픈 뱃속을 세면대 물로 채웁니다. 
 그때 다영은 준호와 합세하여 폭행 피해자로 가장하고 노인의 아내에게 돈을 뜯어내고 있었습니다. 다영은 바닷가로 놀러 가 그 돈을 준호와 일부 나눠 가지며 축배를 듭니다. 취한 다영은 준호에게 인생이 쓰레기 같아지고 있다며 하소연합니다. 그녀가 수아를 할머니 집에 맡겼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뒈져버렸으면 좋겠어. 훌훌 다 털고 돈 많은 남자한테 시집가게." 

다영은 준호와 사이좋게 "우리는 잘 어울리는 쓰레기들"이라며 자조합니다. 그녀는 수아를 입양 보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정민은 편의점에서 사 온 참치 주먹밥을 수아네 욕실에 던져 넣는 데에 성공합니다.

 

악몽

 순임은 수아의 악몽을 꾼 뒤 연락 한 통을 받습니다. 교도소에 갇힌 아들을 찾아간 순임에게, 창범은 다영의 악행을 밝히면서 이곳을 나가면 어떻게 해보겠다며 천 5백만원의 보석금을 요청합니다. 생각에 잠긴 순임은 집으로 가지 않고 잔고를 확인한 뒤, 옷과 과일을 사며 채비합니다.  
 잠에서 깬 수아가 욕실에 떨어져 있던 참치 주먹밥을 발견해 주워 먹고있을 때, 정민은 아동학대 방임에 관해 검색해 보다가 그만둡니다. 밤까지 그림 작업을 하다가 밖으로 나온 정민은 집 앞에서 서성이던 순임을 만났고, 옆집 여자가 보름이나 안 돌아왔는데 집에 애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 말에 순임이 다급히 다영의 집으로 뛰어가자, 위험을 느낀 정민도 망치와 빠루를 가져와 옆집 문을 따줍니다. 순임이 집안에서 쇠사슬에 묶여 쓰러져있는 수아를 발견하고 도와달라고 외치자, 정민이 수아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합니다. 정민이 쇠사슬을 끊었고, 순임은 수아를 병원으로 데리고 갑니다. 
 날이 밝자, 순임은 다영으로부터 불법침입과 기물파손죄로 신고당했습니다. 순임과 함께 경찰서로 불려 간 정민이 수아의 상태를 사진으로 보여주려 했지만, 경찰은 아동학대는 따로 신고하라며 사진을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그날 밤, 수아는 다시 세탁기에 갇혀있었습니다.

 

구원

 준호는 다영에게 수아를 다른 사람에게 팔라며 연락처를 줍니다. 다영이 수아를 팔고 받을 돈에 기뻐하며 연락처를 받는 것을 본 준호가 애가 정리되면 같이 살자고 하자, 다영이 거절합니다. 이용만 당한 것에 화가 난 준호는 다영에게 인생 X같이 살지 말라며 충고하며 떠났고, 순임에게 연락해 다영이 뭘 하려고 하는지 알립니다. 다영은 순임의 전화를 무시하고 받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 순임은 직접 식물을 태운 것과 가루로 용액을 만들고, 정민과 만나 그에게 돈봉투를 주며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렇게 뒀다가는 내 손녀는 죽을 거예요. 내 손으로 살려야 돼요." 
 다음 날, 다영은 갑자기 수아에게 컵라면을 끓여주며 친절히 대하고 예뻐 보이는 중고 아동복을 검색합니다. 순임은 다영을 불러내어 함께 못난 아들 욕을 하고 싶었다고 말하며 그녀에게 돈봉투를 건넵니다. 바로 돈봉투를 가방에 넣은 후 순임이 따라준 술을 마신 다영은 점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순임은 그런 다영을 데리고 정민의 집으로 갑니다. 정민이 다영을 꽉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순임은 다영에게 직접 만든 용액을 먹입니다. 몸부림치던 다영은 잠시 후 얌전해집니다. 그런 후 순임은 바로 수아에게로 달려갑니다. "이제 아프면 엉엉 우는 거야." 그녀는 수아를 시골집으로 데려옵니다.
 한편, 정민은 다영의 몸을 들키지 않도록 빌라 아래로 내린 후 차에 싣습니다. 

 

복수

 다음 날, 순임은 수아를 시골집에 두고 혼자 산에 갑니다. 잠시 후 다영을 실은 정민의 차가 그 산에 멈춥니다. 비가 오기 시작했고, 정민은 내려놓고 가라는 순임의 말대로 움직입니다. 순임은 다영에게 쇠사슬을 묶어 혼자 끌어 옮깁니다. 두 손에 피가 나고 도중에 힘이 빠져 쓰러집니다. 그래도 그녀는 계속해서 끌었고, 동굴 안으로 들어가 다영을 내려놓습니다. 순임은 다영의 두 손을 쇠사슬로 묶고 자물쇠로 잠가 동굴 안에 묶어 둡니다. 끌고 온 자국을 없앤 순임은 정신을 차린 다영과 마주합니다. "네가 수아한테 했던 것처럼 너도 똑같이 당해 봐."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다영에게 이미 결심한 듯한 순임은 먼저 갈 테니 뒤따라오라며 약을 먹었고, 다영도 그대로 의식을 잃고 맙니다. 

 

훗날

 맑은 날, 성인이 된 수아는 순임이 올랐던 산에 오릅니다. 수아는 동굴 앞으로 가 그 앞에 뜯어 온 풀꽃들을 두고는 순임의 오빠인 할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되돌아옵니다. 

 

 

3. 후기

바라는 마음

 2021년에서 2023년까지 3년 동안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이들은 40명에서 50명에 달하며, 친부모 가정에서 가장 피해가 컸습니다. 
 영화 <울지 않는 아이>는 아이들이 더 이상 학대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제작진은 실제 사건의 많은 문제점을 부각시켜 영화에 반영했고, 수아를 구하고 돕는 어른 순임과 정민을 등장시켜, 가해 부모 다영을 벌하는 동시에 죽어가던 수아에게 '미래'를 부여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어른이 된 수아가 스스로를 희생한 순임을 기리는 마지막 장면은 다행스러운 동시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합니다. 극중에서 순임이 다영을 동굴에 감금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복수와 극단적인 결정에 이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데에 이유가 있습니다.

 순임의 희생아동학대를 예방하고 벌하는 현실적인 사회 시스템의 부족함에 경종을 울리며, 무엇을 개선해야만 하는지 고민하게 했습니다.

 

울지 않는 아이의 현실

 <울지 않는 아이>의 바탕이 된 실제 사건에는 순임이나 정민처럼 직접 나서서 아이를 구해주는 어른은 없었습니다. 2022년 당시 6살이었던 남자아이는 장애가 있었고, 친모는 보름이나 집을 비워 아이를 굶어 죽게 했습니다. 그 후 아이가 보름보다 훨씬 전부터 굶고 방에 감금되어 있었으며, 친모의 동거인조차 아이를 돌보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아이가 사라지자, 이웃은 이사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주변에는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 사회복지사, 이득을 위해 아동학대를 무시한 건물주,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모른 경찰, 극히 개인적이고 타인이 알아채기 어려운 집이라는 그늘과, 알아챘어도 쉽사리 행동하지 못했던 정민 같은 어른들이 있습니다. 
 영화는 아이의 고통과 어른들의 아쉬운 행동과 사회적 시스템을 담담하고 확실하게 고발하며, 피해 아동들의 '미래'가 꺼지지 않기 위한 더 나은 미래의 필요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미국의 아동학대 예방법

 미국은 아동 학대가 발생하기 전에 가족을 지원하고 위험 요소를 관리하며, 지역사회 전반의 인식과 역량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가정 방문: 부모 교육과 가족 지원을 위해 숙련된 전문가가 취약한 가정을 방문한다. (부모의 역량 강화, 아동 발달 촉진, 학대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적 양육 지원: 부모에게 긍정적인 훈육 기술, 스트레스 관리, 아동 발달에 대한 이해를 가르친다. 
위기 보육원: 부모가 일시적인 스트레스나 위기를 겪을 때 아동을 안전하게 돌볼 수 있는 임시 보호 시설을 제공한다.
가족 자원 센터: 지역사회 기반으로 가족에게 필요한 다양한 정보, 서비스 및 지원을 제공하여 가족의 회복력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아동 교육 및 기술 훈련: 아동에게 안전 지식, 학대 인식, 자기 보호 기술 등을 교육하여 잠재적인 학대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문가 교육 및 인식 개선과 공공 인식 캠페인: 의사, 교사, 사회복지사 등 아동과 접촉하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징후 인식, 신고 의무, 개입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여 조기 발견 및 개입을 유도한다. 아동학대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고, 학대 징후를 인식하고 신고하도록 대중을 교육하는 캠페인을 전개한다.
강제 신고 의무: 교사, 의사, 사회복지사, 법 집행관 등에 있는 사람들은 아동 학대가 의심되거나 발생했을 때 의무적으로 해당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주에 따라 신고를 게을리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

 

 

 

수아와 같이 학대에 익숙해져 '울지 않게 된 아이'가 우리 곁에 얼마나 많이 존재하고 있을까요? 소리 없이 죽어간 아이들은 얼마나 많이 존재했을까요?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끊이지 않는 한 고발 영화는 형태를 바꿔가며 계속해서 만들어질 것이고, 그럴 때마다 어른들은 지금 살고있는 사회가 과연 옳은 사회인지 돌이켜 볼 것입니다. <울지 않는 아이>가 올해의 그 작은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