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례한 이웃에 대한 성인 군자의 반박' 오후 네 시, 심리 스릴러 드라마, 아멜리 노통브 원작 한국 영화, 결말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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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이웃에 대한 성인 군자의 반박' 오후 네 시, 심리 스릴러 드라마, 아멜리 노통브 원작 한국 영화, 결말과 분석

by cocoatea 2025. 1. 7.

*이 포스팅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소개

 2024년 10월에 개봉한 <오후 네 시 (4PM)>는 '살인자의 건강법'으로도 유명한 벨기에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오후 네 시(반박)'를 원작으로 한 심리 스릴러 드라마 영화입니다. 연출가이자 감독인 송정우가 감독/제작을, 배우이자 영화감독이자 각본가인 김해곤이 각본을 맡았으며, 영화의 대부분은 경기도 안성시의 마둔 저수지와 청룡 저수지에서 촬영되었습니다.
 2023년 카프리 할리우드국제영화제에 공식으로 초청받았으며, 2024년에는 제28회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제42회 브뤼셀 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도 장편 부문, 화이트 레이븐 부문에서 공식 초청받았습니다. 범죄성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12세 관람가로 등급이 책정되어 청소년을 포함한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이 즐길 수 있으며, 영화 플랫폼에 따른 평가로는 평균점의 평점을 받고 있습니다.
 KOFIC에 따르면 2025년 1월 5일 기준으로 36514명의 관객 수와 210,052달러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오후 네 시>는 성추행 논란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고 3년간 자숙한 오달수의 주연 복귀작으로 큰 관심이나 기대를 받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고 연출이 한국 정서에 맞지 않거나 12세 등급에 맞춰진 대사와 장면들이 어딘가 싱겁고 부족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나, 정적인 영상미로 심리 스릴러에 가까운 압박감을 주는 전개와 원작의 캐릭터를 잘 살린 각 배우의 연기는 호평받을 만합니다. 수상한 이웃의 방문이 압박해 오는 시간 <오후 네 시>를 소개합니다.

 

 

감독/제작

송정우 (여의도, 코인룸 (연출), 악몽(감독))

 

각본

김해곤 (마약왕, 상류사회, 아수라, 끝까지 간다, 집으로 가는 길(출현), 파이란(각본),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숙명(감독))

 

주연

정인 역/ 오달수 (베테랑 2,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신과 함께-죄와 벌, 살인자의 기억법)
현숙 역/ 장영남 (4분 44초, 소방관, 늑대사냥, 공조2: 인터내셔날)
육남 역/ 김홍파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싱크홀, 남산의 부장들, 천문: 하늘에 묻는다)
새라 역/ 공재경 (열여덟 서른아홉, 낯선 여름, 봉숭아꽃은 세 번 핀다)
소정 역/ 민도희 (주연, 자산어보, 아지트, 아빠는 딸)

 

 

2. 이야기

 

정인은 거실 소파에 누워 책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네 자신을 알라던 철학자. 그는 몰랐던 거다. 자신에 대한 무지의 상태.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 상태인지. 알았다면 절대 그런 말은 남기지 않았을 테니.
그러니 당신도 굳이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제 자신에 대한 무지를 파고들려 하지 마라. 그걸 아는 순간 감당할 수 없는 지옥과 절망적 불행에 휩싸일 테니."

 

두 집

교수를 하면서 안식년을 맞이한 정인은 아내 현숙과 함께 노후를 보내기 위해 마련한 호숫가의 집으로 가다가 트럭과 접촉 사고가 납니다. 정인은 음주 운전 트럭 기사에게 자신이 먼저 사과하고 넘어갑니다. 두 사람은 공기 좋은 집에서 살 생각에 들떠있습니다. 제자 소정도 정인에게 연락해 안식년을 축하하며 두 사람의 집에 한 번 찾아가겠다고 말합니다.
현숙이 호숫가의 의사가 산다는 불이 꺼져있는 맞은편 집을 신경 쓰고, 두 사람은 편지를 써서 다음 날 산책하러 갔다가 맞은편 집을 찾아갑니다. 그러나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두 사람은 편지만 문틈에 끼워두고 집으로 돌아와 명상하고 차를 마십니다.

 

첫 번째 방문

오후 네 시, 갑자기 현관을 두드리는 소리가 납니다. 정인이 나가보자, 그는 맞은편 집의 의사였습니다. 두 사람은 그를 집으로 들입니다. "여기서 사신 지는 오래되셨습니까?" "20년 됐소." 정인은 그가 부럽다고 말합니다. 
"선생님은 방문 진료만 하신다던데 읍내에는 다른 선생님들은 안 계십니까?" "그렇소." "저희가 아프거나 하면 방문해도 괜찮겠죠?" "오시오."
정인과 혜숙의 친근한 대접에도 의사는 웃지도 굳은 표정을 바꾸지도 않고 침묵하며 앉아있다가 6시가 되자 집으로 돌아갑니다. 정인과 혜숙은 그가 심하게 낯을 가리는데 예의상 온 것이며 이제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웃어넘깁니다.

 

두 번째 방문

 하지만 다음 날 오후 네 시, 의사가 다시 찾아옵니다. 정인은 일단 그를 안으로 들입니다. "혹시 저한테 하실 말씀이 있어서 들르신 건지?" "아니오." "부인께선 잘 계시죠?" "그렇소." "건강도 좋으시고요?" "그렇소." "지난여름에는 비가 많이 왔습니까?" "그렇소." "개울이 꽤 넓던데 장마 때 넘치거나 하지 않습니까?" "가끔은." "복구하는 데 오래 걸립니까?" "아니요." "바로바로 복구가 잘 되나 보죠?" "그렇소." 정인은 찻잔을 비우고 다시 입을 다문 의사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집니다.
 여름은 더운지, 에어컨이 없어도 괜찮은지, 냉방은 선풍기나 산바람으로 하는지, 그래도 괜찮은지에 대한 물음에 모두 "그렇소."라고 답합니다. "혹시 저나 부부에 대해서 궁금하신 거 없으십니까?" "없소."

 정인은 이제 단답형 대화법을 깨고자 그에게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묻습니다. 대답하지 않는 그에게 정인은 자신이 한 무례한 질문에 대해 용서를 구합니다. "무슨 과를 전공하셨는지?" "심장전문의요." "대단하십니다."
 정인은 불편했지만, 최대한 손님을 대접하기로 합니다. "제 이름은 이정인입니다. 제 아내는 김현숙이고요." "알겠소."

현숙은 이름 공개를 싫어합니다. 정인은 6시가 되자 떠나려는 그에게서 박육남이라는 이름을 알아냅니다. 현숙은 다시 안 왔으면 좋겠다고 기도합니다. 밤이 되고 정인은 박육남에 대해 조사하지만, 알아낸 것은 없었습니다.

 

세 번째 방문

 정인과 현숙은 아침을 먹은 뒤 꽃과 화분을 사러 외출해서 레스토랑에서 식사까지 하고 돌아옵니다. 오후 네 시가 되자, 어김없이 육남이 현관을 두드립니다. 정인은 육남에게 집안 곳곳에 화분을 두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의미에서 좋은지 묻습니다. 육남은 다시 침묵합니다. 정인은 친절한 지식인으로 말하지 않는 것만으로 그를 쫒아낼 수 없었습니다. 정인과 혜숙은 육남을 둔 채 집안일을 했고, 육남은 6시가 되자 돌아갑니다. 혜숙은 육남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았고, 정인에게 내일은 4시 10분 전에 나가자고 말합니다. 정인 또한 육남이 자신의 침대 옆자리에 있는 악몽을 꿉니다.

 

기피

 다음 날, 정인과 현숙은 산에 올라가 비를 피하며 6시 넘어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 앞에는 육남의 발자국이 가득 찍혀 있습니다. 그날 밤 현숙은 기침하며 정인에게 우리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합니다. 

 

네 번째 방문

 다음 날 오후 네 시가 되자, 정인과 현숙은 2층에 머물며 노크 소리를 듣지 못한 척을 합니다. 그러나 육남은 계속해서 노크를 하고 발로 차며, 문고리를 열려고 합니다. 정인은 할 수 없이 문을 열었고, 노크 소리를 못 들었다고 이유를 댑니다. 육남은 집으로 들어오더니 "당신들이 집에 있는 걸 알고 있었소!"라고 말하며 가슴이 아픈 듯 움켜쥡니다. 
 "어제 당신들 외출을 했더군?" 정인은 산책하러 나간 것과 그 때문에 아내가 감기에 걸렸으며 육남의 노크소리에 아내가 놀랐다고 육남에게 설명니다. "그래서..." "가란 말이오?! 쉬면 되오." 
 정인은 아내를 시중하러 자리를 피합니다. "그러니까 차를 한 잔 줄 수 없단 말이오?" 정인은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아, 아내한테 갖다 줄 뜨거운 음료를 만들 때 만들 수 있겠네요." "결국 주겠단 말 아니오!"
 정인이 2층으로 가 육남이 정상이 아니라는 현숙과 이야기 나눌 때, 육남이 올라와 현숙의 상태를 살핀 후 "부인은 전혀 아프지 않소."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면 정인도 와야 한다며 정인을 데리고 다시 거실로 내려갑니다.
 정인은 잠시 계단에서 육남을 밀어 넘어뜨리는 상상을 합니다. 육남은 정인에게 차가 식어버렸다며 데워달라고 요청합니다. 정인은 황당함에 웃습니다.

 밤, 현숙이 정인에게 내일은 또 무슨 이야기를 할 거냐며 묻습니다. 정인은 답합니다. "그 사람은 거대한 벽이야. 벽에다 대고 무슨 얘기를 해."

 

다섯 번째 여섯번째, 일곱번째, 여덟번째 방문

 정인은 학문에 대한 자신의 의견, 책에 대한 내용 등을 벽에 대고 말하듯 육남에게 말하며 그와 6시까지 시간을 보냅니다.  

 

아홉 번째 방문

 정인은 육남에게 부부끼리 식사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묻습니다. "싫소." 현숙이 부부 사이가 나쁜지 묻자, 육남은 "우리 사이는 좋소."라고 말합니다. 육남이 아내에 대해 곱고 착하다고 말하자, 정인은 내일은 7시에 와달라고 부탁합니다. 육남은 5시 반이 되자 집으로 돌아갑니다.

 

열 번째 방문

 정인은 육남 부부에게 그들과 자신들이 부류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생각으로 현숙과 양식 위주로 장을 봅니다. 집에 돌아온 두 사람은 오후 네 시가 되어도 아무도 오지 않자 기뻐합니다. "제발. 우리의 잃어버린 시간을 꼭 되찾고 말 거야."
정인과 현숙은 말끔히 차려입고 육남을 맞이하고, 뒤이어 지팡이를 짚고 들어오는 낯빛이 어둡고 거대한 몸집의 나이 든 여성을 맞이합니다. 정인이 새라에게 사모님이란 존칭을 쓰자, 육남은 그녀의 이름인 '새라'라고 부르라며 음식을 가져와 보라고 말합니다.
 "자녀분은 서울에 계십니까?" "없소." "아, 저희도 없습니다. 대신에 딸보다 더 친딸 같은 제자가 있습니다." 새라가 졸고, 육남은 그녀를 잡으며 곧 밥이 나오니 졸지 말라고 말합니다. 
 잠시 후 현숙이 수프를 테이블에 올려놓자, 새라는 수프에 달려들려고 했고, 육남은 그녀를 제지하고 기도합니다. 기도가 끝나자마자, 새라는 수프를 한입에 들이마셔 버립니다. 그녀는 고기도 게걸스럽게 먹어대고, 정인과 현숙이 새라의 잔에 술을 따르려고 하자, 육남이 술은 안된다며 강하게 제지합니다.
 새라는 다음으로 나온 디저트인 초코케이크를 더 먹으려고 했고, 육남은 다시 그녀를 강하게 제지합니다. "안 돼! 이거면 돼. 더 먹으면 안 돼! 안된다고!!" 현숙은 겁에 질려 육남을 제지하고 새라가 편하게 먹게 합니다. 
 정인도 현숙에게 새라가 먹을 다른 음식은 없는지 묻자, 육남은 "뭐든지 더 이상 주지 말란 말이오!!"라고 외칩니다. 새라는 다시 초코케이크에 손을 대려고 했고, 육남은 그녀를 제지하다 새라와 함께 쓰러집니다.
 이때 정인은 가장 유치한 방법으로 복수에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육남 부부가 돌아간 뒤,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던 정인은 맞은편 집에서 담배를 피우는 육남을 발견합니다. 육남이 어디론가 전화를 겁니다. 그 후, 정인의 집에 전화가 울립니다. 현숙이 받지 말라고 하지만, 정인은 수화기를 듭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소정으로, 내일 오후 세시 쯤에 방문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현숙과 정인은 육남의 방문과 소정의 방문이 겹칠 것을 걱정합니다. 

 

열한 번째 방문

 다음 날, 정인은 육남의 집에 인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소정과 한정식집에 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오후 네 시, 어김없이 육남이 차를 타고 정인 부부의 집으로 방문합니다. 소정이 문을 열었고, 육남은 집안으로 들어옵니다. 정인, 현숙, 소정은 결국 거실 소파에 앉아 육남과 마주합니다.
 소정은 자신이 방해되는 것 같은 기분에 자리를 피하려고 하지만, 현숙이 만류합니다. 육남을 두고 정인과 소정, 현숙이 서로 대화합니다. 소정은 이어지는 침묵에 마음이 상해 다음에 다시 들린다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저, 의사 선생님. 교수님과 사모님한테 아주 중요한 분이신 것 같네요." 정인은 소정의 행동이 자신들에게 고하는 작별 인사라고 느낍니다. 
 밤, 정인은 집 밖을 거닐며 전화로 현숙에게 육남의 행동을 노인이 외로움을 타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놈의 예의, 고양, 배려. 성인군자 나셨네." 현숙은 앞으로 소정이 찾아오지 않을 거라며 정인과 자신을 가리켜 '자신의 소중한 것도 지키지 못하는 한심한 인간들'이라고 말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래." "아니, 이건 나이랑 상관없어. 비겁한 거야. 포장하지 마!" 정인은 돌아와 안방에 들어가지 않고 거실 소파에서 잠을 청합니다.

 

폭력

 정인은 거실로 들어오는 햇빛에 잠에서 깹니다. 현숙은 오후 네 시가 될 때까지 정인과 말하지 않았고 오후 네 시가 되자, 어김없이 현관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정인은 현관을 벌컥 열고 육남에게 말합니다. "꺼져." 육남이 가만히 있자 정인은 육남을 밀어 계단 입구에 넘어뜨리고, 그를 발로 마구 폭행하기 시작합니다.
 소리를 들은 현숙이 나와 육남에게 사과하며 그를 일으키려 할 때, 정인은 맞은편 집에서 나와 자신들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육남의 아내 새라를 발견합니다. 정인은 그대로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현숙은 새라를 보고 놀라 육남을 잡았던 손을 놓고 맙니다. 정인은 거실에 앉아 손뼉을 칩니다. "뭐가 이리 간단해." 정인은 흥분한 상태로 현숙에게 "소정이한테 다시 전화해."라고 합니다. 현숙은 폭력도 때로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평소 같지 않은 정인을 걱정하지만, 정인은 확신합니다. "두고 봐. 저 인간 다신 안 올 거니까."

 

사고

 육남의 발길은 그 후로 끊겼습니다. 그러나 정인은 오후 네 시가 되면 괴로워지는 트라우마에 시달려, 이제는 육남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그가 싫어집니다. 그날 밤, 육남의 집에서 시끄러운 기계소음이 들립니다. 정인은 침대를 박차고 나갑니다. 

 육남은 차고지에서 발전기를 돌리다가 망가뜨렸고, 기계에서 나오는 매캐한 연기를 피해 나가려고 하지만 주차장 문은 닫혀있어 차 안으로 피신합니다. 정인은 육남이 있던 차고지 유리를 깨고 들어가 차 안에 쓰러져 있는 육남을 발견하고 그 차에 타 주차장 문을 들이받고 탈출합니다. 정인은 육남이 아내의 간병에 지쳐 자살을 선택한 거라 생각하고 차 안에서 축 늘어진 육남을 꺼냅니다. 정인은 다시 육남을 차고지로 끌고 들어가 유독가스로 죽게 할지 망설였지만, 경찰에 신고합니다. 정인과 현숙은 육남이 스스로 목숨 끊는 것에 더해 아내 새라까지 죽게 할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정인이 다시 차고지를 통해 육남의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정인은 육남의 집 거실에서 육남 부부와 그의 아들이 찍힌 가족사진과 수많은 시계를 발견했고, 2층에서 동물과 같은 소리로 코를 골며 자는 새라도 발견합니다. 정인은 더러운 접시들이 어질러져 있는 새라의 방을 보고는 자신이 육남의 거사(자살)에 훼방을 놓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정인은 깜빡 잠이 들었고, 새라의 방에서 눈을 뜹니다. 정확히 여덟 시, 방에 있던 많은 시계가 종을 칩니다. 정인은 눈을 뜬 새라에게 남편의 자살 시도를 이야기하며 자신이 그것을 막았다고 설명합니다. 새라는 곰과 같은 목소리로 오열합니다.
 정인은 멋대로 새라의 얼굴에서 육남의 자살 시도에 대한 기쁨을 느끼고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며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육남의 집에 있던 까마귀가 날아갑니다.

 

감당

 정인은 병원에서 육남을 데리고 와 호수로 돌아옵니다. 육남이 정인에게 묻습니다. "왜 그랬소. 죽이고 싶었던 거 아니오? 망설이지 않았소?" "그런 말도 안 되는. 죽으려고 하셨던 거 아닙니까." "이제 당신들의 꿈은 산산조각이 날 것이요." "우리들 꿈이 뭔데요?" "평화." 정인은 한숨을 쉬고 단도직입적으로 뭘 어떻게 할 건지 육남에게 묻습니다. 육남은 자신이 의사이며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수백 가지를 알고 있다고 답합니다. 정인은 묻습니다. "죽여? 미친... 혹시 날 원망합니까? 자살을 실패하게 만들고 당신을 살려준 나를?" 육남은 갑자기 정인이 쥐고 있던 핸들을 꺾어 나무를 박는 사고를 냅니다. 

 정인은 자신이 육남을 죽이고 싶어 하는 것을 시인하며, 앞으로 또 찾아오면 정말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합니다. 육남이 꼭 찾아가겠다고 답하고, 정인은 분노하며 차에서 내려 정인에게 자신들이 이사 오기 전에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묻습니다.
 정인은 아름다움과 연민을 모르며 아내를 불쌍히 여기지 않는 육남이 죽어야 마땅하며 육남이 질식사를 선택한 것은 육남의 인생이 질식할 것 같아서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자신을 죽이고 싶냐는 육남의 물음에 졍인은 자살을 포기하지 말 것을 진심으로 부탁합니다. 육남은 그의 말이 웃긴 듯 크게 웃습니다. "제 몫의 고통은 스스로 감당하는 것이오. 내가 한 말 명심하시오. 나는 결코 번복하지 않소."
 그날 밤, 정인은 고민에 빠집니다. 그를 걱정하는 현숙에게 정인은 "저 사람 말이야, 곧 죽을 거야. 인간은 같은 행위를 반복하면서 산다고. 자살도 그래." 현숙은 신에게 기도합니다. "주여, 제발..." 정인은 그녀의 기도를 알아챈 듯합니다.
 정인은 혼자 호수 주변에서 육남의 모습을 떠올리며 소리 지릅니다. "나는 너같이 미친놈한테 협박당해서 굴복하는 그런 약해빠진 인간이 아니야!! 난 머리로 무장된 인간이야. 이게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그 비참한 고통 잘 감당해 보라고!" 

 

살해

 정인이 있던 마당에 짙은 어둠이 내리고, 정인은 이제 시계 초침 소리로 가득한 육남의 집 거실에 서 있습니다. 정인은 2층으로 올라가 자는 육남을 발견하고 그의 얼굴을 쿠션으로 강하게 누릅니다. 시간이 지나고 육남의 움직임이 멈추자, 정인은 그대로 그의 집을 나와 자기 집으로 돌아옵니다. 깨어있던 새라는 인기척을 느낍니다.
 정인은 집으로 돌아와 거울 속에서 일그러지게 웃고 있는 자기 얼굴을 바라봅니다. 새라는 남편 육남이 죽은 것을 확인하고 오열합니다. 

 

열두 번째 방문

 겨울이 되자, 정인과 현숙은 육남의 집에 혼자 있는 새라를 찾아가 창문에 방풍지를 붙여주며 그녀를 돌봐줍니다.

"바깥분 그렇게 되셨는데 잘 견디시고 장하세요." 현숙의 말에 새라는 정인 쪽을 봅니다. 정인은 시선을 느끼고는 눈을 돌립니다.

"자신에 대한 무지의 상태. 그것은 얼마나 행복한 상태인가. 그러니 당신도 굳이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제 자신에 대한 무지를 파고들려 하지 마라."

 책을 읽으며 자기 집 소파에서 눈을 감고 누워있던 정인에게 새라가 천천히 다가갑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무거운 몸으로 정인의 얼굴을 깔고 앉아버립니다. 정인은 괴로움에 발버둥 칩니다.
"그걸 아는 순간, 감당할 수 없는 지옥과 절망적 불행에 휩싸일 테니." 시계는 정확히 오후 네 시를 알립니다.

 

 

3. 후기

친절과 무례함

정인과 육남은 친절과 무례함이라는 상반되는 경향을 가지며 둘은 육남의 계속되는 방문으로 영화 내에서 끊임없이 부딪힙니다.


■정인: 교양과 친절로 성인군자처럼 살아온 정인은 자신이 쌓아온 체면과 행복한 노후의 삶이 매일 찾아오는 불청객인 육남에 의해 위협받고 점점 망가지게 되자, 내면에 억누르고 있던 분노와 폭력을 어느 한순간에 드러냅니다.

 정인은 육남을 폭행하기 전에 육남 부부를 집에 초대함으로써 육남에게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던 것을 보아, 그가 내면보다 체면을 중시하는 캐릭터이며 심적으로 육남에게 억눌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육남이 겪은 사고를 아내의 간병에 지쳐 자살 시도를 했다는 자기만의 상황해석을 하고 육남을 구해내어 역시 자신이 육남의 우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합니다. 또한 그는 육남을 구해놓고 내면에 있는 육남에 대한 분노로 다시 죽일까 망설입니다.

 

■ 육남: 육남은 매일 어김없이 오후 네 시에 정인 부부의 집에 방문한다는 불편한 무례함으로 '친절한' 정인 부부를 궁지로 몰아 그들의 어두운 내면을 드러나게 함으로써 정인이 쌓아 올린 삶을 점차 무너뜨립니다.
 그가 오후 네 시가 되면 정인 부부의 집에 방문하는 것은 정인 부부가 이사 오면서 그의 오후 네 시의 계획이 바뀌었기 때문이며 여기에는 그의 시간에 대한 강박이 작용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육남의 집에 있는 많은 시계) 육남이 정인 부부가 어떤 사람들인지 파악하기 위해 무례한 방문을 계속했다라는 가능성도 다분해 보입니다. 

 또한 육남이 아픈 아내를 돌봐야 하는 처지에 지쳤다는 정인의 생각과는 반대로 육남은 아내를 소중히 하고 사랑하고 있었으며 자살할 생각도 없었고 그가 정인에게 폭행을 당하기 전까지는 무례함으로 그들의 일상을 파괴하고 궁지로 내몰았지만, 그들을 죽이고 싶을 만큼의 적대심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 후 정인은 자신이 폭행하여 내쫒고 망설이면서도 살린, 이제 정인에 대해 강한 적대심을 가지게 된 육남과 대면하여 육남이 죽었으면 하는 속마음과 육남이 자살하려 했다는 잘못된 믿음을 드러냈고, 육남은 그런 그를 살해 협박하고 비웃으며 "당신들의 꿈은 산산조각 날 것이다." "제 몫의 고통은 스스로 감당하는 것이다."라는 말로 정인을 더욱 짓누릅니다. 
정인의 '내가 우위에 있으며 육남을 배려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착각이라는 것을 육남이 도발하며 증명하려 하자, 심리적 벼랑의 끝에 몰린 정인은 절대 그것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끝내 자기 손으로 육남을 죽이려고 결심하고 실행에 옮깁니다.

 

내면을 아는 것

 현실에서도 이웃 간의 갈등은 살인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을 만큼 큰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정인과 육남처럼 반대되는 사람들이 부딪힌다면 문제는 더욱 커지게 됩니다. 영화는 친절과 무례함이 만나 부딪히고 싸우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무례함과 겉모습만 친절한 모습은 모두 비호감에 가깝지만, 사회에서는 겉으로 드러난 무례함을 더 큰 비호감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은 그 사람 안에 있는 내면까지는 볼 수도 없으며 알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이 항상 평소에 거칠고 무례한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에 근거하듯, 영화에서도 가장 성인군자 같던 의외의 인물인 정인이 먼저 육남을 살해하고 맙니다. 그 후 편해지기 위해 '자기의 내면을 아는 것'을 방기해버린 정인은 이후 자기의 남편을 죽인 것이 정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새라에 의해 살해당하면서 "제 몫의 고통은 스스로 감당하는 것이다." 라는 육남의 예언대로 되고 맙니다.
 영화는 결말에 다다라 '자신에 대한 무지 혹은 오해'가 얼마나 큰 파국을 불러일으키는지 보여줍니다. 자기의 내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남의 내면 또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며 결국엔 극심한 이해의 부족이 사람 간의 갈등을 최고조로 치닫게 합니다.

 

현실의 방문자

 육남과 같은 이웃이 매일 같은 오후 네 시에 여러분을 찾아와 거의 침묵으로 머물다 간다면, 자신이 어떤 대응을 할지 예상이 가시나요? 이웃에게 관대한 외국 배경의 소설이 원작임을 이해하지만 우리는 절대 환영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불신이 깔린 현대 사회에서는 육남과 같은 이웃에게 문을 열어줄 사람 또한 드뭅니다. 수상한 이웃에게 자기 시간의 일부를 계속해서 빼앗긴다는 것 또한 환영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어설픈 친절을 베풀 바에야 애초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 정인의 본모습을 드러나게 한 육남의 지속적인 방문은 요즘 세상에서는 괴롭힘이 됩니다. 남의 내면을 파악하려는 시도도 무례하다면 용서받지 못합니다. 이런 예민한 자기 보호와 기피는 현대사회에서 이웃 간의 단절을 불러일으키고 불신을 키우지만, 이제는 당연한 범주에 있는 듯 보입니다.
 반면에 친절한 현대인들은 대부분 겉 친절을 당연시 합니다. 무례하게 굴어 문제를 일으키거나 남들 눈에 찍히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중에는 자신 또는 타인의 내면에 무엇이 있든지 상관하지 않고 궁금해하지도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들은 자기의 내면이 공격받았을 때 옳은 해결법을 취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무례한 이웃을 기피하는 일상에 사는 우리는 매일 불편한 이웃이 찾아온다는 내용을 담은 이 영화를 더욱 숨 막혀가며 볼 수 있으며, 결말의 여운에서 무례함과 자신에 대한 무지와 오해의 끝에는 일상의 파국이 있음에 새삼 끄덕이게 됩니다.